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마르타 아르헤리치 기돈 크레머

바이올린 연주자는 내가 잘 모르고 순전히 마르타 아르헤리치 때문에 들어 본 음반이었다. 이러니까 아르헤리치 광팬으로 보이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호기심 정도다.

DG에서 나름 명반이다. 그런데 웹상에서는 조용하다. 얘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니들이 마르타를 무시해. 죽을래?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심하다 싶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음반 수집한다는 사람의 블로그 포스팅 글에서조차 빠진 음반이니, 이렇게 홀대할 수가 있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얘기하는 글에서도 빠져 있다.

허기야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이렇게 합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예외적이긴 하다. 그 후에 이런 합주 연주를 많이 했지만, 역시나 아르헤리치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그 미치도록 멋대로 가는 독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필 받아서 연주한다고 하는데, 마르타의 피아노 연주는 가끔씩 광기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눈부신 연주가 아니라 눈을 멀어버리게 하는 연주랄까.

어쨌거나 그렇데 혼자 잘난 척, 아니 실제로 정말 잘난 피아노 연주를 하던 연주자가 합주를, 그것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누구랑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상당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어쨌거나, 결론은 들어 보니 좋다. 가끔씩 서로 너무 양보하는 듯한 혹은 너무 맞추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이 양반들이 왜 이래 이러지 싶은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두 사람의 기량과 조화는 훌륭하다. 바이올린이 새처럼 활강하면 피아노는 시냇물처럼 흐른다. 내가 괜히 문장 멋부리려고 이렇게 쓴 게 아니다. 들어보면 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피아노 건반 터치는 사람이 이렇게 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게 가능해? 피아노 건반에 구리스를 칠해도 이렇게 못 칠 것 같다. ㅋㅋ.

숨겨진 보물 같은 음반이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음반은 독주보다 합주를 더 들어 봐야겠다 싶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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