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시즌9 크리스마스 스페셜 리뷰 Doctor Who 2015 Christmas Special 기록, 사랑, 죽음, 삶, 영원

리버 송이 누구냐고? 이 설명은 불편하겠지만, 다른 블로그나 웹사이트, 혹은 위키를 참고하길 바란다. 내가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을 뿐더러 별로 잘 설명하고 싶지도 않은 캐릭터다. 어쨌거나 이 리버 송은 닥터 후를 보고 있으면 대단히 짜증스러운 캐릭터로, 툭 하면 닥터 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그랬던 캐릭터인데, 이번 시즌9 크리스마스 스페셜 화를 보고서 기존 생각이 확 바뀌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직접 봐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대략들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목숨 같은 사랑, 그 테마송이 또 나온다.

시간 여행이 꼬이고 그 여행의 파편만 보여줄 때는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다 맞춰지고 거대한 그림이 보일 때 그 감격이란 참 놀라운 것이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대놓고 더는 리버송 이야기가 없다고 했다가 이렇게 나와 버렸으니, 인생도 이야기도 그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하는 법이다. 한 순간에 한 번을 사는 식으로, 시간 여행의 연속

어쨌거나, 이야기는 멋지게 잘 나왔다. 스페셜다운 모양새로 잘 뽑아 나왔다.

영국식 블랙 유머가 풍부하다. 닥터 아닌 닥터. 머리 아닌 머리. 몸 아닌 몸. 보석 아닌 보석. 노래 아닌 노래.

머리와 몸이 각각 의식이 있다니, 크하하. 하드코어 슬래시물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영국은 확실히 다르다. 지저분한 걸 제거하고 깔끔한 유머로 승화시킨다. 피는 거의 볼 수 없다. 왜 이렇게 웃긴지 미치는 줄 알았다.

유쾌한 웃음을 뒤섞으며 결국 도달한 이야기의 결론은 슬픈 사랑이다. 사는 존재는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서 무력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무적이 될 수 있다. 사랑은 시공을 초월하며 그렇게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는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고 그저 그렇게 노래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있을 뿐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리버 송의 일기장, 그러니까 닥터 후의 행적을 기록한 공책이다. 이는 단순한 기록의 차원이 넘는다. 기록은 기억이고 기억은 사랑이고 사랑은 삶이고 삶은 영원이 된다.

스토리텔링의 최고 경지다.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Posted by 빅보이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