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통독 40일째 전도서 : 허무의 끝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할 때, 이제는 내 관심사가 아니지만, 구약성경 전도서 1장 9절을 인용하다. "전에 있던 것도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한 일도 다시 하게 될 것이니 세상에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

새로운 것이 없다. 어차피 기존에 있는 것들이 반복되거나 새롭게 조합될 뿐이지 창조, 창작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없다는 말이다.

전도서에 솔모몬은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한다. 지식도, 지혜도, 돈도, 행복도, 쾌락도, 땅도, 가축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2장 17절. "산다는 것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괴로운 것뿐이며 허무하여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조심해서 읽어라. 이것은 철저하게 신을 믿으라는 전도의 목적을 갖고 쓴 글이다. 제목을 잊지 마라. 전도서다.

실제 솔로몬은 정말 그렇게 허무했을까? 솔로몬 왕은 이스라엘 민족 최대의 전성기였다. 영토면 영토, 재물이면 재물, 문화면 문화. 거의 모든 것이 최대이자 최적이자 최상이었다. 그럼에도 허무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행복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본질을 얘기한다. 3장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3장 11절이 전도서의 핵심 전제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때를 따라 아름답게 만드시고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세상살이에는 영원한 게 없다. 사람한테는. 하지만 사람은 영원을 사모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종교가 생긴다. 모든 사람이 종교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를 갖는 사람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사람은 "흙에서 났으므로 흙으로 돌아간다."(3:20) 창세기 2장 7절. 하나님은 땅의 티끌로 사람을 만들었다.

솔로몬은 대담하게도 삶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토로한다. 죽으면 끝이라고. "죽은 후에 사건을 볼 수 있도록 사람을 다시 살릴 자가 누구인가?"(3:22)

솔로몬은 자신의 부귀 영화가 헛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부귀영화가 부질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죽으면 끝이니까. 돈 많이 모아도, 출세해도, 결국 죽는다!

"그림자처럼 덧없이 지나가는 짧은 인생에서 사람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겠는가? 사람이 죽은 후에 세상에서 일어날 일을 누가 그에게 말해 줄 수 있겠는가?"(6:12)

"모두 죽을 수밖에 없으니 살아 있을 때 이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7:2)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사람은 알 수가 없다."(7:14)

솔로몬의 성찰, 즉 인간의 지성으로 끝까지 가보는 일은 파스칼의 팡세에서 다시 재현된다. 둘은 허무의 끝에서 신, 여호와, 종교의 신비에 빠져 버린다. 논리 비약.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신 앞에서 인생의 빈약한 지혜를 버린다.

하여, "항상 인생을 즐겁게 살아라.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언젠가는 죽음의 날이 있을 것을 기억하라."(11:8) 이것이 지혜의 끝이다.

결론은 비약한다. "하나님을 두려운 마음으로 섬기고 그의 명령에 순종하라.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다. 선하건 악하건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은밀한 것까지 다 심판할 것이다."(12:13~14)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누가 착한 얜지 나쁜 앤지, 오늘밤에 다녀가신대. 하여, 울지 말고 즐겁게 살아.

인간에게 신이라는 존재, 혹은 관념, 혹은 창조주의 심판이 필요한가? 필요를 떠나서 신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가? 있다고 한다면 믿어야 할까? 그에게 복종해야 할까? 없다면? 없다고 멋대로 살아도 되나?

이 모든 질문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인간의 지혜란 신의 전지전능 앞에서 가소로운 것이다. 신비로운 창조자 신에게 죽어야 할 운명의 피창조자 인간은 흙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바람을 잡으려고 하지 마라. 헛된 일이다.

사람은 허무를 잘 알고 있다. 부정하려고 하지만 절대로 피할 수 없다. 특히, 죽음을. 죽어야 할 운명을. 그럼에도 인간은 신비로운 존재다. 그는 영원을 사모한다. 신을 믿을 수 있다. 흙처럼 보잘것없는 생명이 별처럼 영원을 꿈꾼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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