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다빈치 디몬스 Da Vinci's Demons 시즌1~3 완결 리뷰

다빈치 디몬스(Da Vinci's Demons) 시즌 3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그리고 끝났다. 온라인 파일로는 시즌 3 에피소드 10개가 모두 풀려 나왔다, 방송으로는 아직 안 끝났지만.

그동안 기다린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시즌 2에서 충격적인 장면으로 마무리하며 다음이 궁금하게 만들었는데, 너무 간단하게 시즌 3 시작에 끝내버렸다. 그냥 쏴 버렸다. 10초간 멍. 2화 끝에서 또 멍 10초. 3화에서 또 멍 10초. 왜 이렇게 주요 사람이 팍팍 죽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지만, 이런 식은 좀 아니지 않나.

4화는 더 나아가 다빈치가 물고문 중에 일종의 대체 미래 현실을 경험하는데, 보고 있자니 짜증난다. 상상이니 꿈이니 하는 식은 너무 싫다. 뭐가 뭔지 모르게 되니까.

시즌 1과 2를 정주행 시청한 지 너무 오래라서 자세한 건 다 잊었지만 큰 틀은 기억난다. 주인공 다빈치는 자기 친엄마 찾기 위해 온갖 희안한 모험을 겪는다. 여기에 교황 측 세력과 이탈리아의 여러 국가들간의 다툼이 있다.

기본적으로, 다빈치의 생애를 가져다가 변형하고 기록이 빈 기간을 상상으로 채워서 만들었다. 과학적 통찰로 이것저것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는 재미도 있다. 추리소설의 탐정처럼 증거와 추리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진실을 알아내는 장면이 멋지다. 퍼즐 풀이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출생 비밀은 환상과 꿈에서 본 기억에 의존해서 풀어가기 때문에 아주 복잡미묘하다. 도대체 정체가 뭔지는 끝까지 다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음모에 음모, 거짓말에 거짓말, 비밀에 비밀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뭐가 뭔지 모를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한 번에 이어서 주욱 보지 않으면 이야기를 따라잡기가 만만치 않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튀지는 않지만 아주 깔끔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결국 무슨 얘기냐면 사람들이 '책(Book of Leaves)'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성배 찾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시즌 3에 가면 책 한 쪽을 발견하고서 서로 가지려고 서로 읽어내려고 난리다.

대부분 처음 보는 배우라서 딱히 할 말은 없는데, 딱 한 명이 눈에 띈다. 영드 셜록에서 아이린 애들러 역을 맡았던 라라 펄버(Lara Pulver)가 다빈치 디몬스에서는 로렌조의 정부인으로 나온다. 시즌 3에서 셜록의 그 유명한 누드 장면 같은 게 나온다. 직접 보여주기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섹시하다기보다는 영리해 보인다.

유명한 역사적 인물은 많이 나온다. 다만, 역사적 기록을 그대로 따르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을 실제 그 인물이 그런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기존 역사적 사실을 가져다 재미있게 꾸며낸 것이다. 그러니까 절대로 이 이야기를 실제로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로렌조 인생 참 파란만장하다. 시즌 3에 가면 너무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아주 진력이 난 상태가 된다. 주인공이 다빈치가 아니라 로렌조로 보일 지경이다. 로렌조 입장에서는 다빈치는 짜증이 나지만 곁에 안 둘 수 없는 인물이다. 정부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까지 만들어 놓았다. 매번 위기에서 구해줘서 나중에는 형제 같은 사이가 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증오는 남아 있다.

HBO식은 아니지만 섹스와 폭력이 많이 나온다. HBO를 많이 따라잡으려고 하긴 했다, 시즌 3 매음굴 보면.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마도 쉼 없이 마라톤 시청하게 될 미드가 될 것이다. 퍼즐에 암호에 수수께끼가 계속 이어진다.

시즌 3 10화까지 다 봤다. 나름대로 마무리를 해줬는데, 무척 허한 느낌이 들었다. 전기 발명을 위해 그토록 멀고도 길고도 고통스러운 여정을 겪어야만 했는가. 배틀스타 갤럭티카에 비하면 그나마 조금 덜 허무하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수많은 수수께끼와 각 인물들의 사연들을 펼쳐 보이면서 결국에 도달한 지점은 대단히 밍밍하다. 이야기의 끝을 잘 맺는 것은 천지창조 다음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빈치 디몬스의 끝은 나름 선방했으나 그 복잡기묘했던 시작과 전개에 비하면 너무 평범했다.

Posted by 빅보이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