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드 유, 미 앤 디 아포칼립스 You, Me And The Apocalypse 시즌1 지구 종말 전 난장판 혹은 신의 계획

 

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을 위해 먼저 말해둘 게 있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데는 난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초반에 여러 인물이 동시다발로 나와서 여러 사건을 진행하기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려운데, 1화만 잘 견뎌내면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둘째, 진지한 사연과 가벼움 웃음이 뒤섞여 나온다. 이런 걸 영국식 유머라 한다.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영국식 코미디 혹은 블랙 유머를 정의하자면, 부조리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난장판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을 이해했고 이를 즐길 수 있다면, 이 드라마는 당신이 볼 드라마다.

영미 합작 드라마고 영국과 미국과 바티칸 상황이 동시에 나오는데, 내용 면에서는 다분히 영국식이다. 영국 영어 발음을 하는 영국인이 주인공이다. 당연히 미국 상황 진행 팀은 미국 영어 발음을 한다. 미국인이니까. 미드 이야기는 커뮤니티에서 전혀 이 드라마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하여, 본 블로그에서는 영드로 처리한다.

지구 종말이 34일 남았다. 사람들은 지랄발광을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오히려 더 제정신을 차리고 자기의 임무를 실행한다.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대로 일상을 유지하는 게 신기하고 이상하고 웃긴다. 은행원은 은행 일은, 경찰은 탈옥수 잡는 일을 그대로 계속 한다. 휴대폰도 그대로 작동하고 텔레비전 방송도 그대로 계속 나온다.

코미디와 진지함이 왔다갔다 해서 정신이 좀 없다.

7년 전 실종된 아내를 되찾으려는 남자.
해킹한 아들을 대신해 감옥에 간 엄마.
세상 구경하려고 바티칸 일자리 면접에 간 수녀. 종말을 앞두고 기적의 진위를 수사하는 바티칸 팀!

해커 아들 대신 감옥 갔다가 탈옥한 엄마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

왜 이들은 어떻게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하 벙커에 모였을까?

문득, '지구 종말이 얼마 안 남았다면 난 뭘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1화가 약간 지겨울 수 있으나 2화를 보면 아주 웃겨 죽는다. 클리프행어까지 달려 있어서 다음 회 보기는 더 수월하고 흥미가 고조된다.

5화까지 봤다. 각 캐릭터들의 과거와 실체가 밝혀진다. 주인공이 신의 아들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영국 팀이 바티칸 팀이랑 이렇게 연결되려나.

6화. 5화에서 예상한 대로 연결되었다! 헉! 그렇게 연결되는 거였다니. 결국 흩어져 이야기를 진행했던 이들이 혈연으로 연결된다. 드디어 밝혀진 음모론 혹은 신의 계획! 

주인공이 자신의 엉망이 된 삶에 대해서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참 꼬일 대로 꼬인 인생의 결정판이다. 엄마는 알고보니 친엄마가 아니었고 친엄마를 찾아내니까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며 떠들다가 갑자기 쏟아진 벽돌 무더기에 맞아 죽어버리고, 자신한테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7년 전 실종된 아내는 그 쌍둥이 형제랑 결혼했단 말이다.

이제 주인공은 자신의 딸을 찾으러 나선다. 벙커 팀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벙커 팀도 그 딸을 찾으려 한다.

7화. 종말 14일 전. 여전히 시장은 돌아간다. 돈 대신 음식이 화폐군. 경찰, 정부, 잘 돌아간다. 감옥도 잘 돌아간다. 정상이다. 주인공은 자기 딸을 찾았다. 재판을 하네. 아내도 찾았다. 벙커팀은 딸을 납치할 작정이다. 미국팀은 지구 종말을 위해 날아오는 행성을 원자폭탄으로 파괴할 작정이다. 해커랑 해커 엄마는 남편 만나러 병원에 간다.

바티칸 조사팀은 천국 보내준다는 집단을 진짜인지 조사한다. 천국 가기 전에 무조건 결혼해야 한단다. 잠입 수사라서 결혼식에 키스까지 하는데, 어어, 뭔가 연기가 실제가 된 듯. 수녀와 신부님이. 바티칸 팀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딸 아이의 예언이 바티칸 팀에 보이고, 어어, 두 분.

딸 아이는 벙커팀 쌍둥이한테 납치당함.

8화. 위 캡처 장면처럼 신부님과 수녀님은 진도가 상당히 나갔다.

딸 아이가 영리하면서 살짝 싸이코다. ㅎㅎ 딸 아이를 구출하러 간다. 얘 엄마도 싸이코다.

바티칸에서는 교황 몰래 가짜 메시아를 제시하려고 하고, 미국팀은 미사일을 발사한다. 종말이 다가오니까, 세상이 미쳐간다. 거짓 희망이 넘쳐난다. 종말이 종말되었다니까, 춤 추신다, 수녀님들. 수녀원이 디스코장이 되었다. 진정하세요, 수녀님들!

오, 마이 갓. 끝 장면 충격이다.

덧붙임 : 1인 2역 하는 배우의 연기 실력이 참 좋다.

9화. 종말이 가까워 오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냥 일상을 일상적으로 살고들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0시간 남짓.

또 충격!

재판을 다 하네요. 살 날이 얼마 남았다고? 참, 이 사람들은 종말이 오는 걸 모르지. 아들 대신에 해킹 범죄를 인정하고 감옥 갔던 엄마는 재판을 받는다. 군사재판인 모양이다. 아이고 맙소사, 교수형이 떨어진다.

자살한 아버지의 장례식.

어, 또 만났네.

펍에 가서 맥주 마심.

종말이 가까워 왔습니다. 전세계에 방송됨.

세상은 드디어 개판이 되었습니다. 마셔. 섹해. 때려. 몇 시간 안 남았어.

할머니 등장. 벙커로 오너라.

신 등장. 술 마시고 환상을 보는 것일까.

할머니는 자기 핏줄들을 벙커로 오라고 사람을 보낸다.

또 충격!

12시간 남았다.

쌍둥이. 아주 간단한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결벽증을 극복하고 흉내를 낸다. 어치파 외모는 똑같이 생겼고 그동안 관찰한 대로 행동하면 된다.

세상이 미쳤다. 절친이 아버지가 된다. 양엄마랑 결혼해서.

얼마 남았다고 감옥에서 사형수 잘 지키는 군인 아저씨들.

또 충격! 아니 총격.

8시간 44분 남았다.

이제 1화 남았다. 과연 어떻게 끝을 맺을까?

10화. 이제 그림조각이 다 맞춰지나?

다들 벙커로 모여드네요.

2시간 남았다.

종말이 오더라도 결혼식은 한다. 신부님 바쁘다. 초고속 결혼식. 5초도 안 걸린 듯.

종말이 오고 있다. 1시간 15분 48초 남았다.

이 상황에서 임신은 무슨 의미? 이제 곧 다 죽는다고. 벙커 들어갈 사람 빼고. 구세주를 낳나? 임신이 불가능한 여자였다고 나온다.

비행기 추락. 그래서들 벙커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 있는 거였군. 이 상황에 영국 들판을 즐기는 엄마. 이 아줌마가 제일 웃긴다.

예상한 대로 가짜 노릇한 쌍둥이는 들통이 난다. 허무하지만 어차피 다른 전개나 결과를 바랄 수도 없었다.

기적처럼 그렇게 그들은 만나고 벙커로 차를 타고 달려간다.

12분 남았다. 잉? 헉. 다리가 끊겼다. 어떻게 가라고? OMG.

원숭이는 뭐지? 박스 안에 사람은 누구?

벙커 문이 안 닫힌다고. 어째. 트럭 바퀴가 바위에 걸렸어.

1분.

헉!

맙소사!

끝이야? 왜 이렇게 떡밥이 많아. 미쳐미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후 영국 종말 코미디는 오랜만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아주 잘 만든 것 아니라서 강력히 추천할 드라마는 아니다. 그다지 명쾌하지 않은 설명, 그렇게 웃기지 않은 유머, 떡밥 난무. 허무한 시즌1 종결. 특히 떡밥을 너무 많이 뿌린다. 시즌2가 나오면 물론 보겠지만, 좀 심하게 뿌려대며 시즌1을 종결했다.

흔한 권선징악의 틀을 벗어난 엔딩이었다. 너무 뻔하잖아 싶었는데 막판에서 뒤집었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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