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미드 블랙 박스 Black Box : 닥터 하우스 뇌 질환 버전 켈리 라일리 Kelly Reilly 주연

천재미드 블랙 박스 Black Box : 닥터 하우스 뇌 질환 버전 켈리 라일리 Kelly Reilly 주연

뇌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 이야기입니다. 별별 희안한 병이 다 나옵니다. 무슨 무슨 신디롬 어쩌고 저쩌고. 머리통이 풍선처럼 펑 터지는 환상을 겪는 환자가 나오네요. 이미 기이한 뇌 질병은 책에서 읽어봤다면 그리 큰 흥미를 끌진 못할 겁니다. 그래도 병이 워낙 아주 희안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겁니다. 그래서 추천합니다.

반면에 추천하기 난감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 닥터 블랙이 조울증 환자입니다. 우울증만 있거나 조증만 있어도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조울증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폭이 워낙 커서 정신적 충격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 1회에서 조울증 천재들이 나열됩니다. 소설가 헤밍웨이. 화가 고흐. 자살한 시인인데 국내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 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 조증으로 향하기 시작할 때 창의성이 커진다고 하네요.

엄밀히 말해,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심한 조울증을 겪는 사람이 의사라고? 제정신이야! 어쨌거나 이야기 설정은 닥터 하우스처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뇌 신경 질환 치료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주인공 배우 켈리 라일리가 그리 낯설지 않아서 출연작을 살펴보니, 영화 '오만과 편견'에 나왔었네요. 그 외 배우들은 처음 보네요.

이야기 형식이 닥터 하우스와 똑같기 때문에 식상할 수 있어요. 허나, 작가가 작정하고 막 나갑니다. 삼각관계에 스토킹. 7회는 폭탄이 나오더니 8회는 스나이퍼 살인자. 9회는 번개 맞은 사람에 성악하는 의사. 그만 좀 들이대, 이 사람아. 10회는 좀비 신디롬에 걸린 남자. 어허, 또 들이대네.

시즌 1까지만 만들고 더는 제작이 중단되어 시즌 2로 가지 못했습니다. 13회 마지막까지 봤는데요. 닥터 블랙의 숨겨진 가족사는 이래저래 딸한테 공개되었고, 연애사는 이도저도 아닌 싱글이 되었고, 직장사는 자업자득에 삼각관계의 역풍으로 해고당합니다. 결국, 참 찝찝하게 끝났어요.

닥터 하우스가 떴다면 닥터 블랙도 떠야 하지 않나. 똑같은 이야기 형식인데, 왜 하우스는 뜨고 블랙은 지나. 이름 때문에? 하우스는 셜록 홈즈의 의사 버전이었으나 블랙은 닥터 하우스의 뇌 질환 버전이었다. 이야기의 초점이 캐릭터가 아닌 각 케이스, 여러 뇌 질병에 잡혀 버렸다.

셜록 홈즈 이야기를 읽었는데, 홈즈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 사건만 기억되는 거다. 닥터 블랙은 닥터 하우스만큼 매력적이지 못한 캐릭터다. 의학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천재가 아니라 전문적인 신경학자로 보인다. 수퍼맨과 천하장사는 애초부터 비교 자체가 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