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 시즌 1 - 무삭제판 (5disc) - 10점
데이빗 너터 외 감독, 숀 빈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A Game of Thrones (Mass Market Paperback) - 10점
조지 R. R. 마틴 지음/Bantam Books

얼음과 불의 노래 1부 왕좌의 게임 영어원서 A Game of Thrones - 조지 마틴, 이야기의 불문율을 깨다

 

얼음과 불의 노래 1부는 왕권의 분열이고 2부는 왕들의 전투다.

판타지소설이라지만, 밑그림은 중세 세계관이다. 마법이 등장하지만 다른 판타지소설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서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다른 판타지소설이 온갖 마법으로 떡칠 화장을 해서 격을 낮추지만 얼불노는 마법을 필요최소한으로 써서 격을 높였다. 판타지를 이렇게 쓸 수 있다니, 신선했다.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묘사와 대화와 서사가 일품이다. 가끔씩 너무 구체적으로 너무 자세히 써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간혹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문체가 미국식 간결체다. 명확하고 빠르게 읽히지만 읽는 맛이 깊진 않다. 조지 R. R. 마틴은 문학적이고 장식적인 문장을 거의 쓰지 않는다. 쓸 경우 적절하게 잠깐씩 보여줄 뿐이다. 상징, 복선, 암시도 쓰지만 역시 과도하게 표현하지도, 자주 쓰지도 않는다.

몇 쪽 넘기면 죽을 사람의 외모에 성격에 지난 삶까지 알려주는 초반부는,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설가로서의 장인 정신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 참 많이 죽는 이야기다. 재미는 있는데 감동은 없다. 잘 읽히는데 별 맛은 없는 문장이다. 꾸밈이나 감상 따위로 질질 끄는 대목이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었다. 확실히 드라마는 장면이 필요하고 더 극적으로 사건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줄거리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까지는 몰라도, 그대로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영상물 제작은 예산의 제약 안에서 창작한다. 배우 한 명을 더 쓰려면 돈이 더 든다. 잠깐 출연하고 사라지는 인물일 경우 아예 등장시키지 말거나 다른 인물이 해당 사건 혹은 대사를 처리하도록 변형하면 인건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상영시간을 압축할 수 있다.

드라마와 원작 소설의 차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드라마가 책보다 더 노골적이다. 책에서는 암시 정도 하는 걸 드라마에서는 아주 분명하게 드러낸다. 드라마는 더 극적으로 더 압축해서 장면을 만들어냈다. 드라마는 원작 소설을 전반적으로 축약했다. 가끔은 드라마가 원작보다 더 많은 내용과 장면을 담기도 했다. 영상 매체에 맞게 변형하는 것이 맞다. 무조건 축약만 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1부에서 가장 큰 궁금한 것은 킹스 핸드 존 아린의 살인범이다. 독살이라서 누구라도 꼭 집어내기 어렵다. 가장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라니스터 집안 사람들이다. 여왕 서시와 쌍둥이 동생 제이미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데 이야기 흐르는 분위기를 봐서는 아닌 것 같다. 티리온은 범인이 아니다. 도대체 과연 누가 왜 존 아린을 죽였나? 1부의 이 수수께끼는 3부 후반부에서 풀린다. 경악이었다. 범인일 거라고 의심조차 못했다.

반지의 제왕만큼은 아니지만, 얼불노의 부록도 만만치 않게 놀랍다.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들에 족보에 온갖 가문. 단순히 영국을 축소해 놓았나 싶었더니 지구 전체를 자기 판타지 세계로 변형해 버렸다.

얼불노의 사실성은 기존 이야기의 진부함을 깨면서 획득한다. 등장한 캐릭터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죽지 않는다? 사고나 질병으로 죽을 수 있다! 선한 자는 복 받고 악한 자는 벌 받는다? 선한 자도 그 선함으로 불행할 수 있고 악한 자도 그 악함으로 행복할 수도 있다! 이야기는 특정 주제를 표현해야 한다? 등장인물 각자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흐른다.

캐릭터가 언제 어느 때고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설정의 소설은, 아마도 이 얼불노가 처음인 듯하다. 조지 R. R. 마틴은 이 소설로 등장인물 죽이는 작가라는 악명을 높였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역시 작가의 계획 아래 생사가 결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안 되니까.

이야기는 크게 세 줄기로 흐른다. 세븐 킹덤 안의 왕권 타툼. 북쪽 장벽 너머 디 아더(드라마에서는 화이트 워커)의 남하. 세븐 킹덤 밖에서 왕권을 되찾으려면 삼룡이 엄마.

이야기 전개상 필수적인 캐릭터는 죽일 수가 없다. 티리온 라이스터. 데너리스 타게리언. 존 스노우. 이 중에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는 인물은 데너리스 타게리언이다. 하지만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얼불노 판타지 설정상 그렇다.

1권에서는 티리온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앞으로도 그럴 듯하다. 이 시리즈를 읽는 이유는 티리온이라고 해도 과연이 아닐 정도다. 티리온은 삼국지로 치자면 제갈공명 같은 지략가다. 그가 왕이 되지는 않지만 왕좌의 게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When you play the game of thrones, you win or you die. There is no middle ground."(488p) "당신이 왕좌의 게임을 할 때, 당신이 이기거나 당신이 죽는 거예요. 그 중간은 없어요." 서시 왕비가 하는 말이다. 얼불노 전체를 관통하는 진리다. 이 판타지 소설은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왕권 다툼을 마치 장기판 구경꾼처럼 바라볼 뿐이다.

주인공도 없고 주제도 없다. 말 그대로 왕좌의 게임만 있을 뿐이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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