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 10점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이레

자기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은 재미있다. 하지만 그 예술 행위로 먹고살아야 될 때는 피가 마른다. 곁에서 그냥 볼 때와 안에 들어가서 직접 볼 때가 그렇게 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전담하고 있는 듯 보였던 히사이시 조는, 이 책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에서 다음과 같이 냉정하게 고백한다.
 
"나는 지금까지 수차례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었지만, 한 번이라도 음악이 좋지 않으면 다음에는 나에게 의뢰를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항상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고, 매번 진검승부이다." 95쪽
 
이 얼마나 살벌한 말인가. 현실은 냉혹하다. 프로는 아마추어와는 다른 자세로 일에 임한다. 예술이 직업이 되려면 외부에서 의뢰를 계속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예술 본연의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자기가 만든 스타일과 작업 방식에 만족하고 더 발전하지 많으면 외부 청탁이 줄기 때문이다. 계속 하려면 계속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기분이 나서 작업하고 기분이 안 나서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프로가 아니다.
 
반면, 취미로서의 예술은 그저 아무 때가 하고 싶을 때 하면 그만이다. 그 결과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히사이시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점과 선으로 이름을 붙여 구분한다. 점을 찍듯 순간의 감정 흥분으로 가끔씩 작품을 만들어내는 취미와 굵은 선을 그듯 그 영감으로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꾸준히 계속 창작해내는 직업은 차원이 다르다.
 
영화 음악 작곡가의 세계를 엿볼 수 있을까 싶어 책을 펴면, 기대하지 않았던 두 가지를 더 얻을 수 있다. 우선, 예술 창작 과정을 상세하고도 정확히 볼 수 있다. 책 후반부에서 중국, 한국, 미국과 대조한 일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길게 이어진 글이 아니라 짧게 짧게 소재별로 쓴 글을 모았다.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같은 뜻의 말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글이 명료하고 간결해서 읽기에 거북하진 않았다. 이같은 사실은 대필 작가를 쓰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동안 생각하고 느꼈던 점들을 잘 모아서 책으로 엮어냈다. 너무 반듯하게 잘 쓴 글보다야 이런 솔직한 글이 더 낫다. 글을 전문적으로 꾸준히 쓴 사람이 아닌 음악가가 이 정도면 훌륭하다.
 
[밑줄 긋기]
좋은 곡을 쓰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싶다. 194쪽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저자
히사이시 조 지음
출판사
이레 | 2008-01-1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들려주는 음악 오디세이『감동을 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