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10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오웰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히틀러가 떠오른다. 코밑에 저 얇은 수염. 둘이 외모로는 닮았으나 지향점은 반대였다.

 

오웰의 글을 읽고 있으면 권력에 저항하는 습성과 특유의 독설 때문인지 장정일이 생각난다.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걸 보니 더 그렇다. 남들이 쉬쉬하는 걸 까발려야 속이 시원한 종족이다.

 

그리고 작가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존재다. "사람들 절대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나이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그런가 하면 소수지만 끝까지 자기 삶을 살아보겠다는 재능 있고 고집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는 이 부류에 속한다. 나는 진지한 작가들이 대체로 언론인에 비해 돈에는 관심이 적어도 더 허영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버마에 가서 식민지 경찰 노릇을 한다.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해 장학금이 없으면 대학 진학이 어려웠고 동양에 대한 호기심 강했기 때문이었다고.

 

경찰을 그만둔 후에는 부랑자 임시숙소로 가서 밑바닥 생활을 일부러 하는 걸 보면, 현실 최전선의 경험을 글에서 녹여내고 싶었던 열의를 읽을 수 있다. 진실한 글을 쓰기 위한 자발적 추락은 성공했다. 국가 권력의 참모습과 피지배층의 생활상을 뼈져리게 경험한 후, 사회의 위선을 고발하는 작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풍자소설 '1984'와 '동물농장'의 탄생은 필연이었다. 그런 그가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명작으로 꼽았다. 선배에 대한 예를 표한 것이리라.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이런 문장은 권력에 아부해서 글 팔아 먹고 사는 사람한테는 절대 나올 수 없다. 그들의 글은 진실에 투명하지 않다. 예쁘게 꾸미고 필요하다면 왜곡한다.

 

2011. 9. 22

 

'독서 > 추천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는 경관] 펠 바르, 마이 슈발 / 동서문화사 - 87분서 스웨덴 버전  (0) 2015.09.12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 황금가지 - 책 없는 미래사회에서 되새기는, 책의 의미  (0) 2015.08.01
[바람의 열두 방향] 어슐러 르 귄 / 시공사 - 르 귄 회고전  (0) 2015.07.28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미셸 슈나이더 동문선 - 예술을 위한 고독  (1) 2015.07.18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러스 애덤스 - 코미디 에스에프 최종결정판  (2) 2015.07.05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0) 2015.06.21
[The House At Pooh Corner 더 하우스 앳 푸 코너; 푸우 코너에 있는 집; 푸우야, 그대로 나는 네가 좋아] 앨런 알렉산더 밀른 - 어린 시절의 상상 세계  (0) 2015.06.05
[걸] 오쿠다 히데오 북스토리 - 30대 직장 여성의 세계  (0) 2015.06.04
[빨강집의 수수께끼; 붉은 저택의 비밀] 앨런 알렉산더 밀른 동서문화사; 블루프린트 - 유머소설풍 추리소설  (0) 2015.06.04
[Watership Down 워터십 다운의 토끼; 워터십 다운 열한 마리 토끼] 리처드 애덤스 나남; 사계절 - 토끼들의 모험담  (4) 2015.06.01
[Winnie-the-Pooh 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 말려; 곰돌이 푸우 이야기] 앨런 알렉산더 밀른 - 동물 인형 이야기  (0) 2015.05.26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