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상상 세계

 

위니 더 푸의 속편이다. 본편을 워낙 잘 써서인지 속편은 본편보다 못하다. 게다가 슬프게 모호하게 끝난다. 크리스토퍼 로빈이 커서 더는 이런 동물 인형 상상 세계에 더 머물러 즐길 수 없어 떠난다.

 

썰렁한 황당 코미디 모험극은 여전하다. 다만, 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고 철자법을 익힌다. 이제 공부라는 걸 하는데, 이는 뭘 뜻하는가? 동심, 어린이 상상 세계를 떠나 어른이 된다. 놀이는 끝났고 일을 해야 한다. 문자를 익힌다는 것, 철자를 또박또박 잘 쓴다는 것은 소위 세상 때를 묻히는 거다.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뭔가를 해야 하는 거다.

 

이야기 마지막에서 푸와 로빈은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로빈은 이제 그럴 수 없다. 학교에 가야 하고 군대에 가야 하고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해야 하며 결혼해서 애 키우고 살아야 한다. 곰돌이 푸 세계는 순전히 어린이의 마음이 만들어낸 상상 세계다. 따라서 어린이가 더 이상 아닌 로빈은 아무것도 안 하고 공상하는 세계에 더 머물 수 없다. 그리하여 떠나고 이야기는 끝난다.

 

호랑이 티거는 바로 이 책 속편에 나온다. 본편에는 안 나온다. 티거는 당나귀 이요르와 정반대 캐릭터다. 내내 우울하고 별 움직임이 없는 이요르와 달리, 이유도 없이 내내 기쁘고 통통 뛰어다닌다.

 

대단히 한가롭고 바보스럽지만 좋은 결말이 나는 모험담이 전편처럼 열 편이 있다. 

 

본편이 곰돌이 푸의 모험담이라면, 속편은 아기돼지 피글렛의 영웅담(?)이다. 전편에서 푸와 로빈이 폭우에 갇힌 피글렛을 구했듯, 속편에서는 피글렛이 푸와 부엉이를 바람에 무너진 집에서 구조(?)한다. 역시 본편보다는 못했다.

 

이 책도 원서로 읽어냈다. 만만치 않았다. 작가가 말을 만들어낸다. 당연히 사전에 안 나온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그 단어를 찾는 사람들이 많음을 볼 수 있었다. Smackerel? 내 짐작으로는 푸가 꿀 같은 먹을 거리를 입에 잔뜩 묻혀 가며 허겁지겁 먹는 걸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번역본

 

국내 번역본이 있는데, 죄다 절판이다. 속편은 절판이고 본편은 절판이 안 되다니, 무슨 조화일까.

 

푸우야,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 - 10점
앨런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서진영 옮김, 이오덕 우리말바로잡기/길벗어린이

 

이오덕 선생님 번역인데, 독자 평을 보면 우리말 번역이 잘 되었다고.

 

푸우 코너에 있는 집 - 10점
알란 알렉산더 밀른 글,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시공사

 

제목부터 충실한 직역이 느껴진다.

 

나라면 이종인 번역을 택하겠다. 외국 작품은 무리하게 우리말로 옮기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니 애써 아기돼지라고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피그렛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나처럼 '아기돼지 피그렛'이라고 다 쓰든가. 이미 디즈니랜드 만화영화로 캐릭터 영어 이름에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바꾸는 게 어색해 보인다.

 

아름다운 이야기, 잔인한 현실

 

참고 1 : 이야기 속 숲은 실제로 존재한다. 영국의 관광명소로 '푸의 숲'으로 불린다. http://1url.kr/awCH

 

참고 2 : 이야기와 현실은 달랐다. 이야기를 지어주는 다정한 아빠 밀른일 거라 여겨지나, 아들의 자서전에 따르면 아버지가 동화로 유명해서 집필을 하느라 서로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한다. 영어 위키에 적힌 걸 보면, 크리스포퍼는 결혼 문제로 어머니와도 불화가 심했단다. 어머니가 죽는 순간에도 아들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나.

 

201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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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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