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비츠를 위하여 (3disc) - 10점
권형진 감독, 신의재 외 출연/싸이더스
 
예술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감성에서 솟아나는 열정입니다. 이 영화는 그걸 보여줍니다. 짧게나마요. 그렇다고 진지한 예술 영화는 아니랍니다. 드라마죠.

박용우가 나올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코미디군요. 박용우는 언제나 그 캐릭터죠. 순진하고 멍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는 총각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 캐릭터를 반복해요. 엄정화도 자기 캐릭터를 반복합니다. 신경질적이고 쌀쌀맞고 내숭덩어리 처녀죠. 어,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로맨틱 코미디 같네요. 피자와 피아노. 어울리나요? 피피. 자자,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경민이. 아, 그 아이 이름이 경민이었군요. 정신이 좀 없고 지저분하고 고물상에서 나오네요. 이 아이가 바로 음악 천재죠. 그냥 들어서 피아노를 칩니다. 절대 음감이죠.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고요. 영화는 이 아이를 가르치는 미혼 여자 피아노 선생님의 이야기로 흐릅니다. 단지 사제 지간을 넘어 거의 어머니와 자식 관계 비슷한 감정에 이르네요.

경연 대회에서 남한테 보이기 위한 예술이 시작됩니다. 괴롭죠. 딴따라가 시작되는 겁니다. 돈을 벌어야죠. 재능을 팝니다. 어서들 사시오! 대회요? 돈이요? 아이한테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관심 없죠. 그냥 그 나이에 맞게 놀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겁니다. 그건 피잣집 총각 사장님도 마찬가지죠.

잘 만들었네요.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영상이 잘 흐릅니다. 감독이 누구죠? 권형진. 실력 좋네요. 이야기는 좀 아니예요. 느러지고 작위적인 면도 거슬려요. 인물들은 도식적이고요. 할머니도 아이도 너무나 비정상적입니다. 지나쳐요. 박용우야 뭐 언제나 저렇게 나오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요. 하하핫, 아직도 그 인공적인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그럼에도 이만큼 만들어냈다는 건 괜찮은 편이에요. 그래도 전 눈물이 안 나오더라고요.

아이의 내면은 뭘까요. 짐작이 가는 건 과거 상처인 것 같죠. 교통사고였나. 부모를 잃은 듯. 내면을 깊게 들어가진 않습니다.

꽤 많은 클래식 음악이 단편적으로 나옵니다. 뭐 그리 감동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라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예술은 밥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그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닙니다. 예술은 감정일 수 있을까요? 예.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예술은 감정 체험입니다. 돈이니 밥이니 그런 거 아니죠.

기억에 남는 대사 둘.

피아노 선생님: 표정은 베토벤이시네요.

피잣집 사장님: 호로비치, 공포의 해변.

춥죠.

마칩니다.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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