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 8점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잭 리처 시리즈 1권 추적자다. 영미 추리소설은 잘 아는 사람만 유명하다. 대개들 셜록 홈즈와 애거서 크리스티 외에는 추리소설을 잘 모른다. 추리소설 애독자가 아닌 이상에 알 필요도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리 차일드의 소설을 10권이나 읽어 치웠다고 한다. 아마도 소설 주인공 잭이 재즈를 흥얼거리기 때문이리라.

 

이 소설 시리즈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 '잭 리처'를 봤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원작 모독이다. 잭 리처는 거구 장신인데 톰 아저씨는 늙은 데다가 단신에 근육도 별로 없고 떠돌이 행색도 아니다.

 

작가는 기존 캐릭터와 차별된 영웅을 만들고자 했다. 자세한 얘기는 [라인]에 나온다. 리 차일드 본인은 영국인인데 영국식 추리소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폐쇄적 공간에서 범인 찾기 수수께끼 놀이에 몰두하는 것은 자기 취향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미국인이 드넓은 미국에서 활약하는 소설 시리즈를 기획한다.

 

잭 리처가 추리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셜록 홈즈처럼 상대의 겉모습, 말투, 몇 가지 사실을 조합해서 이혼 여부와 어느 대학원 출신인지 척척 알아맞춘다. 그리고 간단하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사실에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서 그에 따라 행동한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자신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명확하게 따진 후에 움직인다. 최대한 자신은 상처를 입지 않고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방법을 열심히 생각한다.

 

영국 안락의자형 탐정은 머리만 쓰고 악당과 싸우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은 일단 총부터 쏘고 생각은 나중에 하는 식이다. 잭 리처는 이 두 가지에 다 해당되지 않는다. 아니 두 가지 특징 모두 있는, 액션형 셜록 홈즈랄까.

 

무법자 떠돌이 서부극 주인공 같다. 특정한 소속도 없이 자신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집도 전화도 없다. 짐도 없다. 옷은 그때그때 사서 입고 더러워지면 세탁하지 않고 바로 버린다. 가족도 없다. 이 소설에서 그마나 있던 형마저 죽고만다. 그 형하고도 연락은 안 하고 지내기 때문에 사실상 외톨이 방랑자다.

 

첫 작품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워낙 문체가 그런 것인지 무척 성실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너무 세세해서 이렇게까지 자세히 쓸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써 놓았다. 진행이 너무 느려서 답답했다. 초반 미스터리 궁금해서 중후반부는 대충 빨리 읽어치웠다.

 

적당한 미스터리와 철저한 복수식 액션을 결합한 오락소설이다. 선악이 명쾌하고 우리의 주인공을 확실하게 이긴다. 다시 말해 나쁜 년놈들을 죽여버린다. 법? 양심? 의심? 그딴 거 없다. 상대는 확실히 악당이다.

 

이야기 초반부터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주인공 잭은 죽은 재즈 뮤지션의 흔적을 따라 미국 남부를 여행하는 중이었다. 조지아 주의 시골 마을 '마그레이브'에 도착해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난데없이 경찰들이 들이닥쳐 자신을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도망쳐 볼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기고 경찰서로 간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확실하게 해 줄 버스 기사를 얘기해 준다. 그런데 웬걸 경찰서장이 자신을 살인 현장에서 목격했단다. 답답하네. 이런 와중에 자신이 죽였다고 자백하는 은행원까지 등장한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둘은 일단 구치소에 수감된다. 그런데 웬걸 아직 판결도 받지 않은 둘은 교도소의 엉뚱한 층에 수감시켰다. 장기복역수가 가득한 층에다 놓고 죽이려 함정을 판 것이다. 은행원을 죽이려드는 악당들로부터 구하고 얘기를 해 보니, 자신의 형이 탐정으로 그한테 고용되었다가 살해당한 것이란다. 

 

누명을 벗고 경찰서로 돌아오니, 또 웬걸 이젠 경찰서장과 그 부인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이 마을 전체가 수상하다. 손님이 거의 없는데도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상점이라니? 읍장한테서 주마다 어마어마한 돈을 받기 때문에 애써 손님을 받을 필요가 없단다.

 

흑인 음악가 블라인드 블레이크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실제로는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 작가의 상상이다.)가 풀리고 이 작은 마을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왜 죽었지 알게 되자, 우리 주인공 잭 리처는 철저하게 응징에 나선다.

 

잭 리처 시리즈에서 사건의 핵심은 알고나면 허탈하고 너무 뻔하다. 진짜 재미는 중후반부부터 주인공이 악당들을 때려잡아 죽이는 액션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이 소설이 유치할 수도 있다. 나는 후자였으므로 1권만 읽는다. 어릴적 봤던 로봇 만화영화랑 크게 다를 게 없다. 선과 악은 분명하고 주인공은 절대 죽지도 지지도 않는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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