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10점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승영조 옮김, 아서 코난 도일 원작/현대문학

 

 

주석 달린 셜록 홈즈는 작품을 싣는 순서가 단편집, 장편이다. 그러니까 이야기 흐름 순서도 아니오, 출간일 순서도 아니고, 그냥 레슬리 클링거 편한 대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의의로, 기대도 안 했던 좋은 점은 이 번역서에 한국 독자를 위한, 옮긴이 승영조의 주석이 달려 있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원서에서는 읽을 수 없다. 이 책 17쪽에 붙은 "우리의 경우 순경 위 계급인 경장부터 경사, 경위까지가 형사에 해당하는데, 형사반장(팀장)은 주로 경위가 맡는다. 홈즈 이야기에 나오는 형사는 경위다." 이런 주석은 알차다. 연표에 한반도의 사건을 추가한 점도 좋다. 이 또한 당연히 원서에는 없다.

 

당시 장소와 모습을 사진으로 첨부해 놓았다. 글만으로는 잘 이해되지도 상상되지 않는 것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시리즈 전반의 소개 글에 해당하는 '셜록 홈즈의 세계'라는 글이 있는데, 여기에 작가의 사진과 작가 주변 인물(첫째 부인 루이즈 호킨스, 둘째 부인 진 레키, 삽화를 그린 시드니 패짓)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나쁜 점도 있다. 주석을 위한 주석이 보인다. 많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있다. 186쪽 헤이그에 대한 주석은 정말이지 쓸데없다. 현대 여행 가이드북에 있는 설명을 왜 갖다 붙었는지 영 모를 일이다.

 

이 책은 크기와 두께가 읽기 편하지 못하다. 그나마 나름 읽을 수 있게 두께와 무게를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석이 안 달린 본문 페이지는 횡하다. 주석이 달려야 할 지면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편집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었던 듯하다. 출판사 편집자를 옹호할 마음은 없지만 이해는 간다. 나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겠더라. 독자 입장에는 한 페이지가 주석으로만 채워진 게 불편하고 불만이지만 내가 만들어도 어쩔 수 없겠다 싶었다.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에도 이렇게 오류가 많은지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꼼꼼하게 잘들 잡아냈다. 하숙집 주인 이름이 왔다갔다 한다. 허드슨 부인이 아니라 터너 부인으로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에 나온다. 이에 대한 셜록학자들의 설명이 기가 막힌다. 이런 의견도 있다. 터너는 홈즈와 허드슨 부인이 밀회할 때 사용하는 가명이라고. '빨강머리연맹'에는 빨강머리연맹은 헤체되었습니다라는 공고문의 날짜를 멋대로 적었다. 정확히 계산해 보면 10월 9일이 아니라 6월 28일이어야 한다. '보스콤밸리 사건'에서 홈즈는 기압계 눈금 29를 고기압으로 잘못 읽는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서는 왓슨의 아내에게 친정 어머니가 없는데도('네 사람의 서명'에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고 나온다.) 아내가 친정 어머니한테 갔다고 써 놓았다.

 

존 왓슨을 제임스 왓슨으로 잘못 말한 부분은 심각한 오류라고 여긴 모양인지 주석이 아니라 따로 장(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장미는……)을 마련해서 토론한다. 여러 설이 있는데, 나는 제임스가 양아들이라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본다. 그래도 문맥상 제임스는 아무리 봐도 왓슨을 뜻한다. 작가 도일이 등장인물의 이름을 헷갈리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왓슨의 이름을 잘못 쓸 수 있을까. 주인공 셜록 홈즈는 안 틀리게 써서 그나마 다행이다.

 

'푸른 석류석'에 나오는 오류는 명백한 잘못이다. 거위는 모이주머니가 없단다. 그런데 소설에 있다고 썼다. 모이주머니가 아니라 식도가 늘어난 거라고. 닭이랑 비슷하니까 당연히 모이주머니가 있을 거라 짐작했던 것이다. 셜록키언들한테는 이 오류가 충격이었다. 작가 도일과 주인공 홈즈는 과학 상식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런 기초 과학 지식조차 없었다는 것이 들통이 났으니.

 

옮긴이 승영조는 본문 내용을 반박하는 주석에 반박하는 주석을 달았다. 243쪽 6번 주석.

 

소설에 나오는 지명이 어떤 것은 실제고 어떤 것은 꾸며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시 시대 사회상을 이 책으로 알고 소설 본문을 읽으니까 새롭게 깊게 읽힌다. 당시 타자기의 발명은 여성들에게 경제적인 여유와 독립을 가능케 했다. 타자기 제조업체에서는 타자기와 타이피스트를 함께 판매했다. 이 신종 일자리로 당시 여성들이 쉽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대보다는 셜록학(픽션에 대한 픽션) 주석이 많지 않았다. 대개는 딱딱한 사실과 백과사전식 풀이 주석이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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