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재인

 

작가가 주제와 스타일을 반복하면 매너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한여름의 방정식'을 읽는 내내 '용의자 X의 헌신'이 떠올랐다. 헌신 2. 눈물 펑펑? 이번엔 난 아니더라. 신파도 이런 신파는 없다.

 

트릭이 간단해서 갈릴레오 시리즈의 복잡한 과학 설명이 필요없다. 트릭만 보자면 단편소설로 쓰기에도 약하다. 사연 많은, 눈물 짜는 멜로 드라마를 기대하고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소설 분량이 벽돌 하나의 두께로 550여 쪽으로 늘어난 이유는 트릭의 복잡성이 아니라 사연의 기구함 때문이다. 반나절을 소비하며 읽을 가치가 있을까? 차라리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게 낫지. 아니 아예 안 보는 게 낫지. 그래도 읽겠다면 손수건 한 장을 준비하라.

 

추리소설은 거꾸로 쓴다. 결론에 도달하려다 보니 무리해서 구성하게 될 때도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도 별수 없었던 모양이다. 첫째 살인의 동기가 설득력이 없다. 결론을 위해 억지로 두드려서 만든 모양새다.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나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다. 물증이 없다. 그리고 탐정 본인이 애써 경찰에 밝히지 않는다. 사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왜 평가가 별 세 개도 아니고 별 두 개냐고? 시리즈의 논리적 일관성을 잃었다. 이번 편에서 유가와 교수가 어린이랑 말을 한다. 실험도 같이 한다. 같이 잘 지낸다. 전편에는 아이랑 있으면 두드러기가 날 정도였다. 그래서 아이한테 뭘 묻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말했다. 몇 년만에 시리즈를 잇다보니 잊었나?

 

이 소설의 포인트는 유가와 교수와 교헤이 소년의 우정이다. 주인공의 자기계발서 같은 대사는 닭살이지만 괜찮다.

 

해답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인생도 그래. 금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한다는 건 의미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이지. 하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 해답을 찾아내려면 너 자신이 성숙해져야 해. 그래서 인간은 배우고 노력하고 자신을 연마해야 하는 거지.

548쪽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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