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레 - 8점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제목 참 간단하다. 주인공 이름이다. 매그레. 끝. 시리즈물은 19편이나 써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심드렁한 것이다. 이 소설 집필 당시 작가의 상황이 그랬다. 마침 출판사를 바뀌었다. 전편에서 매그레 반장은 파리 경찰청 형사 생활에서 은퇴하고 시골로 내려갔다.

 

자, 이제 매그레는 뭘 하지? 탐정이니까 사건 수사를 해야지. 배가 항구에만 있을 수 없듯, 탐정은 계속 사건을 수사하고 살인범을 찾아야 한다.

 

은퇴 후 부인이랑 시골 생활을 적응 중인데 아침부터 처조카가 쳐들어와서 다짜고짜 일을 맡긴다. 감시 중이었는데 사람이 죽었고 바보같이 그 사람을 죽인 총을 손으로 만지고 자살한 것처럼 그 총을 옆에 놔 두었다는 것이다. 형사 맞아? 멍청한 녀석!

 

당연히 처조카는 살인범으로 몰려 철창에 갇힌다. 매그레는 처조카의 누명을 벗기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나선다.

 

딱히 수수께끼가 없는 하드보일드 풍이다. 매그레는 총을 들고 곧장 범죄 주동자를 향해 돌진한다. 특이하다면 직접 살인한 자가 아니라 살인을 교사한 자와 맞선다.

 

이야기 끝에 로맨스가 하나 있고 역시나 이번에도 전원일기 냄새 폴폴 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매그레 시리즈는 국내에 19편까지 나왔다. 2012년 1월 이 책이 마지막 출간이다. 이후 소식이 없었다. [열린책들에서 만든 책들 2014] 69쪽에 보면, "2차분 <매그레 후기 걸작선>은 기획이 수립되는 대로 발행이 속개될 예정입니다."라고 나온다.

 

 

[세트] 매그레 시리즈 (전19권) - 10점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나는 이 전자책 세트로 읽었다. 도서관에 가면 이 책이 1권부터 19권까지 얌전하게 꽂혀 있다. 사람들이 대출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매그레 시리즈는 열린책들의 대대적 마케팅에 홍보를 했으나 판매는 부진했다.

 

이런 상황이면 19권 이후로 매그레 시리즈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열린책들이기 때문이다. 이 출판사의 끈기 하나는 정평이 나 있으니까.

 

일부 매그레 마니아만 속이 타들어갈 뿐이다. 75권 전부 출간될 거라 예상하고 그에 맞는 책꽂이까지 손수 만들어 놓은 분이 계셨다. 대개는 서재 책장에 75권이 들어갈 부분을 비워두었다. 기대는 실망을 낳았다. 매달 2권씩 나오던 책이 1년도 안 되서 중단되었다. 어쩌란 말인가.

 

매그레 시리즈 판매 부진에서 영국식 정통 추리소설의 국내 인기를 다시 확인했다. 국내 추리소설 독자들은 애거서 크리스티식 수수께끼 풀이에 익숙하고 이를 벗어날 마음이 없다. 사건 발생, 사건 수사, 사건 해결. 수수께끼 풀이. 반전 짜잔. 범인은 너야! 우와, 이 놀랍고 기막힌 트릭!

 

매그레 시리즈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매그레식 소설이다. 살인범을 잡는다는 장르 규칙 외에는 추리소설의 요소가 거의 없다. 추리소설계의 전원일기랄까. 구식 멜로드라마 느낌이다.

 

19권까지 일주를 했으니 추천작을 골라 본다. 19권 다 읽는 것은 매그레 팬이 된 이후에 도전하라.

 

 

매그레 시리즈 추천작

 

1. 타인의 목 :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작이다. 사형수를 일부러 풀어주는 시작부터 범인이 매그레 반장 앞에서 약을 올리는 중후반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특히, 범인의 고백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력이 최고다.

 

2. 갈레 씨, 홀로 죽다 : 매그레 시리즈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인생 극장 같은 분위기랄까. 씁쓸한 인생살이랄까. 이를 잘 묘사해내며 감동을 만들어낸다. 제목에서 이미 사건의 진상을 다 나와 있다. 하지만 이야기 끝에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사골국물 같은 맛을 낸다.

 

3. 교차로의 밤 : 하드보일드식으로 총격전이 벌어진다. 교차로에 있는 세 가구의 기이한 긴장감에 치명적 여인의 등장까지,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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