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 8점
G. K. 체스터튼 지음, 장유미 옮김/북하우스

 

저주, 기적, 전설처럼 기이한 일을 무턱대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성적으로 보면 어이가 없지만 감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사람들은 대체로 명백하고 단순한 진실보다는 모호하고 신비한 거짓을 더 좋아한다 그게 더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하며, 특히 애써 더는 생각할 고역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체스터튼은 브라운 신부라는 가톨릭 신자의 냉철한 이성으로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거짓의 거울상을 깨뜨린다.

 

첫 단편 제목부터 얼마나 신비스러운가. 브라운 신부의 부활. 다른 단편소설에 붙은 제목도 그렇다. 기드온 와이즈의 망령. 망령이다.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 개의 계시. 황금 십자가의 저주. 저주! 날개 달린 단검. 다너웨이 가의 운명. 문크레센트의 기적. 기적! 부활, 망령, 계시, 저주. 운명. 기적이 모조리 브라운 신부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추리로 개박살이 난다.

 

체스터튼은 추리소설의 가치를 기묘한 트릭의 재미가 아니라 명백한 진실의 발견에 두었다. "지적인 추리소설의 진짜 목적은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알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일련의 진실들이 충격적으로 독자들에게 폭로되는 방법으로 알게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훨씬 더 고상한 추리물에서도 진실을 가리는 목적은 단순히 신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목적이 애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히는 데 있다. 그것도 섬광처럼 깜짝 놀랄 만한 형식으로."

 

이런 추리소설에 대한, 국내 독자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소설을 읽고 나며, 추리소설의 환상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게 된다. 모든 수수께끼끼의 진실은 뛰어난 추리력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거짓 환상을 버리고 진실하게 볼 때면 나타난다는 것이다.

 

픽션을 깨는 픽션이다. 냉철한 이성주의자만 이 책을 펴라.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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