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의 약속 - 6점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열린책들

 

 

추리소설에서는 독자를 혼란시키거나 범죄의 진상을 맞추지 못하게 시선을 다른 데로 끌어야 한다. 미인을 등장시키는 것은 흔해 빠진 수법이고 남자들을 파멸로 이끌 정도로 매혹적인 여자, 팜파탈이 등장하는 것은 진부한 클리셰다.

 

이 소설의 사건 전반에 드러나는 것은 배에 숨어 탄 '치명적인 여자'가 화근이 되어 남자 선원들이 서로 다투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매그레는 눈에 띄는 것이 아닌 숨어있는 사연을 캐기 위해 고심한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순간, '사실상 죽음으로 몰아넣은 거지만 물리적으로 죽인 건 아니군.'이었다. 양심 때문에 괴로워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가 죽였다고 할 순 없다. 사람 욕망이라는 게 단순하지 않다. 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의 감정은 단지 질투였을까.

 

바람둥이 여자를 육지에서는 어떻게든 피할 수 있지만 바다 위 고립된 섬인 배에서, 게다가 작은 배이고 승선 인원이 몇 안 되면, 남자들은 그 여자한테 미쳐 버리기 마련이다. 배에서 내려서도 욕망은 멈출 줄 몰랐고 이내 사악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허나, 이도 잠시였다. 여자는 다른 남자랑 눈이 맞아 떠나 버린다.

 

일상의 평온함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저 깊숙한 곳에는 악마 같은 욕망이 억눌려 있지 않을까. 소설 마지막에 그런 욕망조차 세월 지나면 사라진다고 작가는 말한다. "매그레 역시 고개를 돌리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선상 미스터리? 선상 질투극이었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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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레토최적 2014.05.01 1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에 여자가 숨어탔단 구성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인 질투도 묘사가 날카로우면,
    인물들의 갈등만으로도 하나의 훌륭한 스토리가 나왔을텐데.
    그러나 민식님의 말씀처럼 다소 허탈한 결말이라니.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