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연인 : 무삭제 · 무암전 버전 - 10점
장 자크 아노 감독, 제인 마치 외 출연/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회상으로 시작합니다. 여인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여자는 소설을 쓰듯 소녀 시절 자신을 삼인칭으로 부르면서 조용조용 읊조립니다. 기억의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현재를 향해 천천히 조금씩 떠 내려옵니다. 글쓰기는 과거로 가서 생각에 잠기는 일입니다. 말하는 이의 목소리는 어둡고 슬프지만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사랑의 추억은 사물을 기억해냅니다. 강. 모자. 자동차. 반지. 방. 기억은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특히, 방은 영화에서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 방의 냄새와 향기와 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방은 두 남녀가 사랑하는 공간이자 탈출구였기에.

 

중국인 부유한 남자와 프랑스인 가난한 소녀. 둘의 사랑은 슬픕니다. 마음껏 사랑할 수 없습니다. 결혼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 그 사랑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로 사랑하는 걸 멈출 수 없습니다. 섹스는 고독합니다.

 

둘은 시끄러운 시장 근처 방에서 성교합니다. 외부의 빛이 들어오고 시장의 소음이 들립니다. 주변 사람들의 방해처럼 말이죠. 둘이 섹스의 절정에 달할 때 그 외부의 방해들은 사라집니다. 소녀에게 가족은 지옥입니다. 가난에 쩌들어 있죠. 남자에게 가족은 억압입니다.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하죠. 섹스는 절망적 상황을 잊는 유일한 희망일 수밖에요.

 

둘은 망설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걸 분명히 알면서 그게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기에 계속해서 부정하죠. 넌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돈 때문에 나랑 섹스하는 거라고. 너는 창녀라고. 나는 창녀라고. 현실은 둘의 마음과 정반대로 흐릅니다. 관객은 슬프죠. 감정의 소나기에 흠뻑 젖습니다.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쇼팽이 흐르고 눈물이 흐르며 사랑을 흐느낍니다.

 

무삭제판으로 봤습니다. 야한 장면이 많이 복원되었더군요. 뜻밖에도, 섹스 장면은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워낙 멀리서 잡았고, 가까이 잡아도 격정적으로 잡아내진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암시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강을 건너는 배에서 남자가 소녀에게 가까스로 말을 걸 때, 수줍게 떨리는 그의 손. 소녀가 남자의 자동차 유리에 대고 남긴, 매혹적인 입술 자국. 그런 사소하면서도 인상적인 이미지들. 그런 장면이 사랑을 불꽃처럼 선명한, 불멸의 기억으로 만듭니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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