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살인 사건 - 6점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표지가 함정이다. 살인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발견된 물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범인을 잡아야 한다. 매그레는 이 원칙을 무시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토록 난리치는 증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자니 시가니 다 그냥 넘어가버린다. 표지 그림에 있는 모자라서 사건에서 대단히 중요한 줄 알았더니 허를 찔리고 말았다.

 

사건 동기와 그 과정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남녀 애증 관계로 뻔하고 실망스러운 편이다. 그럼에도 정교하게 쓴 사회심리학 논문 같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나 실제로는 억압이 심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의 갈등과 심리가 절묘하게 묘사되었다.

 

매그레는 사건 용의자와 관계자를 모두 불러서 똑같이 재현하는 가운데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 매그레는 범인을 찾았다고 자랑하지도 그렇다고 범인을 체포하지도 않는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자기 관할이 아니다. 그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쓸쓸히 홀로 퇴장한다. 위선과 탐욕의 겉치례 사회를 뒤집어 놓았으니 그가 환영받을 자리는 아니었다.

 

심농의 범죄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범인 잡기와 수수께끼 풀이에 몰두하는 오락소설과는 다른 차원이다. 해당 인물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심리를 주인공 매그레처럼 차분히 따라가며 이해하면 인생의 씁쓸한 단면을 맛보게 된다. 사는 게 참 뭔지 싶다.

 

'네덜란드 살인 사건'은 막장 드라마처럼 남녀 애증 관계가 꼬일 데까지 꼬였다. 인위적인 설정이라서 지금까지 읽은 매그레 시리즈 중에서는 다소 격이 떨어지는 편이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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