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레 씨, 홀로 죽다 - 매그레 시리즈 02 - 10점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시리즈 1권 '수상한 라트비아인'에서 실망한 탓에 기대를 안 하면서 읽었다. 후반부로 가도 뭐 그러려니 싶었다. 그러다 바로 다음 문장을 만나고 조르주 심농을 문학 천재로 불러야 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다만, 그의 오른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그는 여전히 서서,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죠.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234, 235, 243, 252쪽


이 문장을 무려 네 번 반복한다. 첫번째는 사건을 목격한 생틸레르의 진술로 나오고, 두번째는 사건을 풀어내는 수사반장 매그레의 회상으로 또 나오며, 세번째는 사건을 풀어서 말하는 매그레의 말에서 나오고, 네번째는 사건 종결 후 매그레가 회상하면서 중얼거리며 나온다.

 

조르주 심농은 그 문장을 네 번 반복하면서 희열을 느꼈으리라. 좋은 이야기를 썼음을 온몸으로 느꼈으리라. 정말 글 잘 쓰는 인간이다.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라.

 

미스터리도 훌륭하지만 여기에 연민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무려 네 번이나 같은 문장을 반복하면서 감동의 망치질을 해대는, 작가의 자신감이라니! 걸작이다.

 

소설 '갈레 씨, 홀로 죽다'는 매그레 시리즈가 읽고나면 재미있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오락용 추리소설을 넘어 왜 문학작품인지 보여준다.

 

추리소설을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다. 답을 아는 상태에서는 궁금증이 없기 때문이다. 답을 알면서도 다시 읽는 이유는 바로 그 궁금증을 어떻게 유발시켰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추리소설 작가는 이미 범인과 범행 수법을 확실하게 안 상태에서 글을 써야 한다. 그리고 이를 최대한 숨기면서 독자의 뒤통수를 쳐야 한다. 절대로 쉽게 알아낼 수 없게 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그렇게 썼을까? 단순히 읽는 재미만을 얻는 독자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한 번 읽고 말지만, 그 이상의 독자나 작가가 되려면 두 번 이상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간 질환이 있는 남자, 에밀 갈레가 죽었다. 얼굴 반쪽이 날아가고 심장이 꿰뚫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해도 말이 되지 않는 단서들만 나열될 뿐이다. 그러다 후반부에 갑자기 매그레가 이 단서들을 이어맞추면서 죽은 갈레 씨의 인생이 드러난다. 기막힌 수수께끼와 그 풀이를 넘어 인간다움을 담아낸다.

 

우물 하나와 객실 하나, 그리고 권총. 알고나면 대단한 트릭일 것도 없다. 셜록 홈즈의 '토르 교 사건(The Problem of Thor Bridge)'과 비슷하다. '토르 교 사건'을 읽고 감동한 사람은 없어도 '갈레 씨, 홀로 죽다'를 읽고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갈레 씨는 최선을 다해 살고자 그토록 처절하게 죽어야했다. 불쌍한 남자. 인생 참 안 풀렸던 그였고 아내고 자식이고 별 다른 사랑조차 받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그들을 위해 살고자 했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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