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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지식산업사 |
하이젠베르크(1901-1976)는 1925년 불확정성이론을 발표,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 과학자다. 이 책은 하이젠베르크 자신이 살았던 최근 50년간에 발전해 온 원자물리학에 관한 이야기다.
나한테 불확정성이론이 뭐냐고 물으면 모르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 책을 소개하면서 간단하게라도 말해 줘야 되지 않느냐고 계속 묻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이렇다.
정말 모른다. 나는 물리학의 기초 상식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화학도 잘 모른다. 과학 분야에 대해서 상식 수준으로 아는 것은 생물학과 지구과학 정도다. 고등학생 때 자연 과학 과목으로 제대로 배운 것이 이 두 가지밖에 없다. 고등학생 시절 나의 지구과학 성적은 바닥이었다. 생물은 대학입시 때문에 억지로 배운 과목이어서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학교에 도 감사가 온다고 해서 화학은 한 시간 정도 배웠다. 물리도 한 학기 정도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리 성적은? 오, 지구과학 성적보다 더 아래 바닥이었다. 이렇게 자연 과학에 대한 나의 지식은 생물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른다.
내가 이렇게 나의 고등학생 때 자연 과학 과목들의 성적까지 들어내는 이유는, "이 책은 원자물리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라는 나의 첫 말에 독자들이 겁을 내고 책표지조차도 넘기지 않을 것 같아서다. 나처럼 자연 과학 지식 수준이 상식 이하인 사람도 읽고 뭔가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부분과 전체]는 하이젠베르크의 회상록(回想錄)이다.
일반적으로 회상록이면, 자기의 성장 과정과 자잘한 개인적 사건을 많이 쓰게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회상록과는 다르다. 책에서 하이젠베르크의 사적인 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 읽을 수 있다. 지은이는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나 결혼한 이야기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 고학(苦學)을 했던 경험을 한 두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은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간의 대화다. 그들이 하는 대화는 단순한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일정한 주제에 대한 토론의 성격이 강하다. 그 주제는 물론 대부분 원자물리학에 관한 것이 많다. 그러나 그 원자물리학에 대한 토론은 그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문학, 철학, 예술, 종교, 생물학, 화학, 언어학, 정치 등과 의견을 교환한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현대의 학문 분야들이 점점 전문화 분업화 세분화가 되다보니,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아는데 전체에 대해서는 거의 모를 때가 많다. 마치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처럼.
자신의 학문 분야에만 철저한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박사(博士)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들은 부분에 대한 박사지, 전체에 대한 박사는 아니다. 전체에 대해서는 그들은 오히려 바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하이젠베르크는 모든 학문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대했다.
그는 독일의 시인 괴테와는 먼 친척이라 한다. 이 책에서 그는 문학 작품을 인용하고 있다. 또 책에서 읽을 수 있듯이, 가까운 사람들과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을 즐겼다. 그의 피아노 치는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러 대화들 중에서 내가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자연과학과 종교에 대한 첫 대화'와 '혁명과 대학생활'과 '정치적 파국에서의 개인의 행위'와 '연구자의 책임에 대하여'다.
'혁명과 대학생활'에서 히틀러 유켄트의 지도자인 젊은 학생과 하이젠베르크의 대화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정치적 동참을 바라는 학생과 이를 거부하는 교수.
'정치적 파국에서의 개인의 행위'에서는 페르미가 하이젠베르크한테 미국 이민을 권하지만, 하이젠베르크는 히틀러 독재 아래에 있는 조국 독일로 돌아간다. 그리고, 독일에서 시도하는 원자탄 개발을 저지한다.
'연구자의 책임에 대하여'에서는 마침내 미국에서 원자탄을 만들어 일본에 투하했다는 소식을 독일에서 전해 들은 하이젠베르크의 절망감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양자역학의 개척자로 불확정이론을 탄생시킨 천재 과학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의 대화와 토론을 즐기는 청년을 만난다. 히틀러 독재 독일 치하에서 핵무기 발명을 저지하며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영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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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는 르네상스형 지식이었군요^^*
깊이 파 들어가기 위해서는 넓게 파는 것으로 시작해야한다고 평소에 믿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깊은 사람은 결국 넓은 사람이 되죠.
비밀댓글입니다
편히 오시고 마음껏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