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현대인에게 주는 번즈박사의 충고 - 10점
데이비드 번즈 지음, 박승용 옮김/문예출판사

 


우울증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습다고?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일이며, 당신 인생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바꿀 수 있다. 생각은 마음을 지배하고 그렇게 지배당한 마음은 그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다시 그 생각을 강화한다. 생각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해석이다.

왜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자살을 택하고 어떤 사람은 계속 살기를 바라는가. 또 왜 똑같은 사실을 두고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저 사람을 저렇게 생각할까. 아무리 못난 사람을 봐도 그의 장점을 크게 보는 분이 계신가 하면, 아무리 잘난 사람을 봐도 그의 사소한 단점을 끊임없이 지적하는 놈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각자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눈치 챘는가. 앞서 쓴 문장에도 내 해석이 들어가 있다. 글은 생각을, 세상에 대한 해석을 기록하는 편리한 수단이다. 책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해석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현대 우울증 치료의 모범 교과서라 해도 좋을 '우울한 현대인에게 주는 번즈 박사의 충고'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생각과 행동을 지적하고 이를 올바른 생각과 태도로 바로잡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우울증 환자 치료를 위한 의학 서적이지만, 그래서 이 책 마지막 장에는 항우울제를 다루지만, 실제로 읽어 보면 이미 어디선가 읽은 듯하리라. 그렇다. 목차만 봐도 자기계발서를 총정리해 놓은 듯하다. 자기 존중, 완벽주의 극복, 승인 중독, 사랑 중독 등.

이 책은 약물이 아니라 건전한 생각으로 우울한 기분을 없애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왜곡된 생각'부터 알아야 한다. 이를 알면 개인의 불합리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물론이고, 집단적인 이상 현상도 이해할 수 있다.

집단 따돌림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그들의 심성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이 비뚫어져 있는데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견과 선입견이 워낙 단단해서 진실을 보지 못한다. 북한 사람들이 독재자 숭배의 집단 최면에 걸린 것도 인지적 왜곡이다. 그토록 철석같이 믿고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일 뿐이다. 그렇게 느끼니까 사실로 보인다.

진실을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인지적 왜곡'을 지은이는 열 가지로 정의했다. 전부 아니면 무사고, 지나친 보편화, 정신적 필터, 적극성 박탈, 성급한 결론, 확대와 축소, 정서적 추리, 당위진술, 명명과 그릇된 낙인, 인격화. 나는 이것들을 다른 분야의 책에서 이미 봤다. 논리학과 신문방송학(원래는 커뮤니케이션학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신방과가 있다 보니 그냥 그렇게들 부른다.)에서 논했던 것들이다.

인지적 왜곡들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 같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부정적인 말이나 화를 분석해 보면 이런 왜곡된 생각들이 구더기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다.

56쪽을 인용해 보면 이렇다. "자신을 "나는 완전한 실패자야"라고 표현한 당신은 전부 아니면 무사고를 하고 있다. 그걸 중지하라! 스테이크가 좀 퍽퍽하다 해서 인생 전체가 완전한 실패가 되진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은 결코 잘되는 게 없어!" 라고 생각한 당신은 지나친 보편화를 하고 있다. 결코라고? 뭐든지 안 된다고?"

이처럼 구부러진 생각을 인지한 후에 생각을 바르게 펴는 '합리적 반응'을 하면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험에 한 번 떨어졌다고 인생 실패자이며 나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흑백논리와 지나친 보편화에 빠진 것이니, 어느 정도 공부를 했고 몇 번 정도 떨어졌다면 모를까 그다지 많이 공부하지 못하고서 고작 한 번 시험 보고 떨어졌다고 인생 전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고쳐 생각하라.

이 책은 당신이 생각을 바꿔 건강하고도 굳건한 신념 체계를 형성해서 자신감 넘치게 살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병리적 편견을 치료해 주진 못한다. 데모하는 녀석들은 죄다 빨갱이에 친북 세력이라고 믿는 이들한테 합리적 판단을 바라지 마라. 극단적 이분법은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책 안 읽는 사람들한테 자주 애용되는 '인지 왜곡'이다. 그냥 그렇게 믿고 살다가 죽는다.

애꾸눈 사회에서는 두 눈 멀쩡한 사람이 비정상인으로 취급되듯, 사회 집단 전체가 인지적 왜곡에 갇혀 있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당신만 정신병자로 취급된다. 이런 생각은 이 책에 안 나온다.

심리학이 다루는 범위는 개인이라서 사회 구조 전체를 조망하지 못한다. 심리학은 그 효용성을 나도 기꺼이 인정하고 자주 애용하는 편이지만, 종종 개인의 한계라는 것도 느끼게 해 준다. 내가 느끼는 우울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바른 글과 올바른 생각의 힘에 대한 믿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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