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10점
장정일 지음/마티

사생활이 빠진 독서일기는 2권 들어 틀을 잡았다. 시사평론 같은 글이 줄어서 서평집의 모습이다.

칼솜씨가 하늘을 찌른다. 책마다 제대로 찔러 주신다. 감사하여라.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만이 유일하게 내가 읽은 책이라서 뭐라고 얘기하나 유심히 살펴봤다. 장정일은 내가 막연하게 느꼈던 모순을 명확히 알려주었다. 실학이 개혁을 주장함에도 성리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듯, 자기 자식한테 독서와 저술을 강조함에도 여전히 과거 시험으로 출세하는 길이 막혔음을 아쉬워 한다. 근본적으로 이 편지들은 자식에게 하는 훈계가 아니라 자신의 귀양살이를 위로하는 독백이었다. 그래서 글을 읽고 난 다음에 찜찜했던 거였다. 읽고 나면 시원한 게 아니라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본문에 질문만 있고 답이 없는지라,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 봤다.

이승만에게 생일축시를 바친 사람은 누구였나? 이은상
국민교육헌장은 누가 썼나? 박종홍
박정희 시절, 독재자의 영부인에게 시를 가르친 사람은 누구였던가? 박목월
반란군 괴수 전두환에게 생일축시를 바치고 그에게 '단군 이래의 최고의 미소'라는 아부를 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서정주
또 전두환의 자서전을 쓴 사람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필부였던가?(소설가였다!) 천금성

죄다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라 충격은 없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여기 있었다면, 며칠 밤잠을 이루지 못했으리라. 허기야 잘 생각해 보니, 글 쓰는 사람이라고 뭐 다른가. 어느 분야든 권력에 아부하며 사는 인간은 있기 마련이다.

권력에 저항하는 장정일이 귀엽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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