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산맥 - 10점최지범 지음/삼양미디어

물리학 입문서다. 물리에 물린 사람들을 위한 구원서다. 제목처럼 물리학의 여러 범주와 역사를 산에 비유하여 차근차근 썼다. 글쓴이 최지범은 등산을 좋아한다. 뉴턴의 역학 법칙부터 끈 이론까지 다룬다. 중간 중간에 여러 과학 상식을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종이 질이 좋고 편집이 깔끔해서 읽기 편하다.

이 책은 최근 즐겨 보는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 때문에 눈에 들어왔다. 이론 물리학자인 셸던이 주절거리는 이론의 내용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끈 이론'이 맨 끝에 간략하게 나온다. 패니와 레너드가 데이트를 할지 말지 고민할 때 셸던이 그 둘한테 반복해서 읊었던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263쪽에 나온다. 핼러윈 파티에서 셸던이 줄무늬 의상으로 표현했던 '도플러 효과'는 201쪽에 나온다. 색인이 있어서 찾기 쉽다.

시트콤 덕에 물리학에 흥미를 느꼈으나 그 이론을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내 주 관심사는 아니니까. 도서관 새 책 코너에 이 책이 보여서 무심코 집었다. 생각을 해 두면 언젠가는 실천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의 힘은 짐작보다 강하다. 생각은 머릿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문득 현실로 변한다. 최면이나 암시의 효과도 생각의 힘이다.

나는 평소 물리, 화학, 수학 따위의 이공계 계열 도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지난 학창 시절에 물리학은 알 수 없는 과목이었다. 도대체가 재미라고는 모래알만큼도 없었다. 무덤덤한 공식 한 개만 달랑 있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물리학의 세계를 볼 수 있게 했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상대성 이론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까지 과학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나에게 그 책은 이 세상이 얼마나 신비한 법칙들이 숨어 있는 곳인지 깨닫게 하였다. 그때부터 세상에 대한 나의 시야는 달라졌다."

이 책을 펴는 순간, 두 번 놀라리라. 책날개를 읽으면, 글쓴이 소개에 고삼이라고 나온다. 이 책을 정말 고삼이 썼단 말인가. 본문을 읽으면,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낸다. 놀랍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다른 사람들한테 이해시키는 것은 단지 자신만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자신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 타인의 상대 기준에서 풀어야 하기에 그렇다. 수학 교사인 어머니와 영어 교육 전공자인 아버지의 덕일까. 과학 지식과 글쓰기 실력이 조화를 이룬다.

뉴턴의 역학 법칙을 고등학교 졸업 후 읽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이제야 다시 읽으니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관성의 법칙은 내게 심리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읽힌다. 물체가 자신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뉴턴의 제1법칙이라 한다. 이 법칙은 습관과 같은 원리다. 키보드 자판 배열이 바뀌면 어색해서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영어를 우리말 어순으로 이해하려면 잘 안 된다.
 
일상생활에서 뉴턴의 물리 법칙은 그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마찰력이 그 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는 방해하는 힘이 없으니까 던진 공이 멈추지 않지만 지구에서는 반드시 언젠가는 멈춘다. 자신의 본성을 유지하고 살기가 어려운 것도 같은 원리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주변 저항이 심하다. 그 저항을 이겨낼 만큼 열정이 강한 자만이 꿈을 이룬다. 강한 정신은 물리적 현실 저항을 이겨낸다.

최지범 군, 멋진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 꼭 이루길 바란다.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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