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서명 - 10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문예춘추사

 


셜록 홈즈 전집 2 - 10점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황금가지

홈즈는 마약하는 사람이었다. 7% 코카인 용액을 스스로 주사하는 모습이 첫머리에 나온다. 심지어 끝에서도 또 뿅 가려고 길고 하얀 손을 병 쪽으로 뻗었다고 나온다.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하다.

이야기상 논리로는 이렇다. 수수께끼 사건 의뢰가 없으면 홈즈가 무척 심심해 한다. "내 두뇌는 정체되는 걸 싫어해." 몸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약을 하는 것은 각성 효과를 위해서란다. 홈즈의 불만, "재능이 있다 해도 그것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당시 영국에서는 마약 중독자가 흔했던 모양이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들었던 '아편전쟁'이 문득 떠오른다. 단편 '입술이 비뚤어진 남자'에는 아편 중독자가 나오고 아편굴이 사건의 배경이다.

단편소설집 '셜록 홈즈의 회상' 중 단편 '누런 얼굴'에 좀더 명확한 설명이 나온다. "그 코카인도 의뢰된 사건이 없거나 신문이 재미없을 때 단조로운 생활에 대한 항의로서 사용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마약 중독자는 아닌 셈이다.

두 번째 발표작은 일관성에서 두 가지 오류가 있다.

1. '주홍색 연구'에서 왓슨이 총에 맞은 곳은 분명히 "어깨"였다. 그런데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다리"에 총알이 관통했다고 나온다. 작가, 3년 사이에 전 작품의 내용을 깜빡하셨다. 이후 발표한 단편소설 '독신 귀족'에서는 어깨에 맞은 총탄의 상처가 욱신거린다고 썼다.

2. 전작에서는 홈즈에게 문학 지식이 전혀 없다고 썼다. 토마스 칼라일을 인용했더니 누구냐고 물었을 정도였다고. 그럼에도 후작에서는 장 파울의 글을 인용한다. 다음 발표작인 단편소설집 '셜록 홈즈의 모험'에서는 거의 문학 박사 수준이다. 자신의 자아를 홈즈와 왓슨으로 분리해서 대화를 만든 티가 난다.

잘못된 부분인데, 바로잡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전한다.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맞추려고 이야기를 꾸며내는 독자도 있다. 왜곡하지 말자. 틀린 건 틀린 거다. 작가는 추리소설에 별 애정이 없었단다. 돈벌이가 좋아서 썼을 뿐이라나. 반면 역사소설에는 돈과 무관하게 관심이 많았다고. 추리소설에 웬 역사소설 같은 이야기가 붙어 있는 건 그래서다.

홈즈가 첫 소설 '주홍색 연구'를 자평한다. 2부에 사랑 이야기는 왜 쓸데없이 붙였냐는 투로 비난한다. "결과는 마치 '유클릿의 제5정리'에 러브 스토리를 섞어 놓은 듯한 모양새가 됐지."

작가는 반성 안 한다. 또 로맨스다. 두 번째 소설에서 왓슨은 의뢰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이유는 딱히 없다. 예뻐서. 남자는 단순한 동물이란 말이지. 마지막 장에 보물을 얻게 된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 놓는다. 동인도 회사의 세포이 항쟁까지 거론하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덧붙이는 작가의 심정은? 난 추리소설 싫어, 역사소설이 좋아.

이상적인 탐정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관찰력, 추리력, 지식. 홈즈는 이 셋을 결합해서 사소한 일에 비상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추리에 있어 소거법을 이용한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요인을 하나씩 없애 가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것이 진실이 되지."

전작에 비해 발전했다. 추격전을 넣고 사연을 줄였다.

이 작품을 쓰고서도 작가 스스로는 셜록 홈즈 이야기가 시리즈로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지 못했던 듯 보인다. 전작을 언급하며 시리즈를 이어가면서도 왓슨이 수사 종결 후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나는 더 이상 자네의 수사방법을 연구할 수 없을 것 같네. 모스턴 양이 내 청혼을 받아 들였다네."(문예춘추사 189쪽) 하고 말한다. 왓슨의 결혼으로 둘의 하숙생활과 탐정놀이는 끝났다는 투다.

'내 개의 서명' 끝부분은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단편소설 '보헤미아의 스캔들)를 위한 단서가 있다. 왓슨의 결혼 소식에 홈즈가 하는 대답이다. " 감정이란 내가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냉정하고 올바른 이성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거든. 그래서 나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걸세. 그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서는 안 되니까."(문예춘추사 190쪽) 연애 감정은 홈즈한테 방해물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으니, 다음 편에 나오는 아이린이다.

이 작품까지만 하더라도 홈즈는 인기가 많지 않았으며 이야기 자체도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잡지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단편으로 연재하면서 이야기는 좋아지고 인기는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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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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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굴뚝 토끼 2011.07.19 0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동용으로 편집된 책들과 원전 완역판 사이의 괴리감은 충격적이죠.
    홈즈가 약쟁이였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