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색 연구 - 8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문예춘추사

 

 



 

A Study in Scarlet은 셜록 홈즈가 가장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다. 탐정의 전형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장편'이다. 관찰과 추리를 강조하는 추리소설의 전통이 시작된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홈즈는 탐정의 대명사로 불린다.

 

문예춘추사 번역본은 제목을 '진홍색 연구'로 했다. 가장 많이 선택된 번역 제목은 '주홍색 연구'다. 그 외 번역 제목은 '붉은 실'이 있고 정확한 의역으로 '핏빛 습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어쨌거나 범죄학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소설 본문에서 홈즈가 이렇게 말한다. "이걸 '진홍색 연구'라고 부르면 어떻겠나? 우리도 가끔은 예술적인 표현을 써 보자고. 인생이라는 색깔 없는 실 뭉치에 살인이라는 진홍색 실이 섞여 있어. 그 실을 풀어서 떼어낸 다음 온 세상에 드러내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 61쪽

 

1887년에 발표된 소설이 아직도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힌다. 단지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때문일까? 열 번 정도 읽어 본 경험으로는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교묘한 이야기 솜씨 때문이다. 결과부터 제시하고 그 원인과 과정을 다음에 설명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전형적인 시작은 홈즈가 관찰과 추리로 상대의 직업과 최근 상태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 첫 소설에서 홈즈가 왓슨을 만나자마자 "아프가시스탄에 갔다 오셨나 봅니다."라고 말하고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알아냈는지는 나중에야 설명해준다. 겉모습만 보고 퇴역한 해병대 하사관이라고 알아맞추는 장면도 있는데, 이 역시 나중에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알려준다.

 

소설 전반이 이런 식이다. 추리소설 자체가 논리적 시간적 순서를 거꾸로 서술한다. 살인이 일어난다. 수사를 한다. 누가 왜 어떻게 그랬는지 알아낸다. 이 세 축으로 만든 이야기 구조물이다. 홈즈 자신도 이렇게 말한다. "수수께끼를 풀려면 거꾸로 추리하는 게 중요하지. 이건 아주 유효한 방법이고 또 매우 쉬운데도 다른 사람들은 잘 쓰지 않더군. 일상생활에서는 순차적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거꾸로 추리하는 방법은 홀대를 받기 십상이지." 177쪽 

 

도일의 추리소설은, 특히 첫 소설 '진홍색 연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왓슨은 홈즈의 추리력에 감탄하기 바쁘다. 홈즈가 살인 현장을 관찰한 것만으로 살인범의 나이, 키, 신발, 피우는 담배, 얼굴빛을 추리하자 왓슨은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다.

 

두 형사 레스트레이드와 그렉슨은 발로 하는 수사 방식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게 빠르고 정확하다. 홈즈처럼 세세하게 관찰해서 범인을 추리해내는 일은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일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범행 자체도 소설 같지 않은가. 로맨스 가득한 복수극이다. 때마침 불치병에 걸린 살인범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하는데 그 방식이 신의 주사위 던지기 식이라니.

 

추리소설에 멜로드라마를 끼워 넣는 방식은 도일 집필 당시에 유행이었다. 이 시대에 나온 유럽 고전 추리소설들이 그렇다. 작가는 모르몬교의 일부다처제와 미국 유타 주의 황야에서 로맨스가 떠올랐던 모양이다. 황야는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도 영감을 준다.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오늘날 그대로 가져다 쓰기는 곤란하다. 경찰은 멍청한 것으로 치부되고 탐정은 보수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건 해결 자체를 즐긴다. 만화 같은 설정이다.

  
추리소설이란 거꾸로 추리하는 재미를 위한, 수수께끼 놀이 오락용 범죄물이다.

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 - 10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에드 글리네르트 주해, 이언 싱클레어 작품해설, 남명성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셜록 홈즈 시리즈는 탐정소설의 구약성경이다. '주홍색 연구'는 창세기다. 추리소설을 읽거나 쓰려는 이들에게는 경전이다. 무조건 읽을 수밖에 없다. 바흐를 안 듣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셜록 홈즈는 탐정 캐릭터의 대명사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잘 모르지만 셜록 홈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불멸의 존재인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주홍색 연구'는 서툴게 빠르게 쓰느라 오류투성이다. 게다가 신파조 복수극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도입부와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매혹적이다. 아무리 이야기 전개가 얼렁뚱땅이어도 셜록 홈즈의 매력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언 싱클레어의 해설에도 나오듯 '주홍색 연구'는 이야기만 보자면 어설픈 습작이었다. 허나, 대화문과 캐릭터 묘사는 걸작이었다. "줄거리나 구성은 평범할지 몰라도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만큼은 매우 훌륭하다."(233쪽) 브라운 신부의 작가, 체스터튼도 같은 말을 한다. "홈스 시리즈의 가장 훌륭한 부분은 홈스와 왓슨 사이의 기지 넘치는 대화에 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건전한 심리적인 판단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사건이 없더라도 이 두 사람이 항상 실제적인 인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의심] (브라운 신부 전집-3) '추리소설의 오류' 북하우스 펴냄)

생생하고도 사실적인 문장력은 가공의 인물을 실제로 착각하게 할 정도에 이른다. "당시 수많은 독자들은 셜록 홈즈가 실제 인물이고, 코난 도일은 사건을 전달하는 대리인일 뿐이라고 여겼다."(본책 뒤표지) 캐릭터는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작가를 통제하기에 이른다. 도일은 홈즈를 폭포에 던졌으나 죽일 수 없었다.

'주홍색 연구'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인 1부 2장까지 좋다. 이후부터 일관성을 무시하고 멋대로 쓴다. 2장에서 홈즈가 문학 지식이 전무하고 칼라일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더니 바로 이은 3장에서 홈즈는 칼라일의 말("비범한 재능이란 고통을 끝없이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60쪽)을 인용한다.

범죄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그다지 알고 싶지 않다면 2부 1장부터 5장까지는 건너 뛰어라.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추리소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은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1부 7장에서 마지막 고리를 홈즈가 언급하는데,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 푸아로도 '마지막 연결 고리'를 언급한다. 둘 다 독살의 정체를 밝힌다.

지난 독서 기록을 보니, '주홍색 연구'를 무려 네 번이나 읽었다. 게다가 출판사가 제각각이다. 시간과공간사로 시작해서 동서문화사를 거쳐 황금가지를 지나 영어 원서 출판사인 반탐까지. 그리고 이번에 펭귄클래식코리아 번역본을 읽었다. 이 책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든다.

번역도 창작이다. 외국어와 우리말이 일대일로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기에 그렇다. 게다가 단어 선택과 해석의 공백이 옮긴이마다 제각각이다. 때로는 번역문이 원문보다 뛰어나고 세련된 문장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씩 원문에 실망한 적도 있었다.

나는 정확한 직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원문의 표현을 단어 하나라도 빠트리면 좋게 보지 않는다. 남명성의 번역은 이 기준에서는 합격이다.

'기계적' 직역은 아니다. 약간의 의역과 매끄러운 우리말 문장을 위해 '인간적' 융통성을 두는 편이다.

Being a reprint from the reminiscences of JOHN H. WATSON, M.D., late of the Army Medical Department.

의사이며 최근까지 군의관으로 일했던 존 H. 왓슨의 회고를 다시 옮긴 내용이다.

M.D.는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의사'가 아니라 '의학 박사'라고 해야 한다. reprint도 '다시 옮긴'이 아니라 '재수록' 혹은 '재인쇄'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직역이 항상 좋은 것만 아니며 대체로 기계가 번역한 듯한 느낌을 주며 우리말로 읽을 때 매끄럽지 못하다.

옮긴이 남명성은 원문 영어 문장 구조를 그대로 쓰지 않고 우리말로 읽기 편한 우리말 구조로 바꾸면서 의역한다. 다른 이의 번역을 읽다가 남명성의 번역을 읽으면 느낌이 좋은 이유는 그래서다. 거친 사포를 만지다가 매끄러운 비단 촉감에 화들짝 놀란다. 읽는 맛이 번역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추천한다.


셜록 홈즈 전집 3 : 주홍색연구 네명의 기호 (양장) - 10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시간과공간사

장편소설 '주홍색 연구'는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다. 홈즈 소개가 자세히 나온다. 탐정의 영원한 별이 된 이 인물은 과연 독특했다. 독극물을 친구에게 투약해 보고 시체를 막대기로 때리고 한 번 보고 상대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맞추며 화학 실험에 몰두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범죄 수수께기 풀이 이외의 지식은 기억하기를 거부한다. 토마스 칼라일이 누군지 모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든 달 주위를 돌든 관심이 없다. 반면, 범죄학과 법률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고 정확하게 머릿속에 넣어 둔다. 왜? 이유나 들어보자.

"내가 알기로 사람의 두뇌라는 건 본디 조그만 빈 다락방 같은 것이므로, 거기에는 자기가 마음대로 고른 가구를 넣어 둬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여기에다 오만가지 잡동사니까지 집어넣으니까 소용되는 요긴한 지식은 죄다 빠져나가 버리든가, 빠져나가기까지는 않더라도 딴 것들과 마구 뒤섞여서 여차할 때는 꺼내기가 매우 힘이 든단 말이야. 거기다 대면 익숙한 장인은 자신의 두뇌 방으로 들여놓을 물건에 대해 비상한 주의를 기울이지. 일을 하는 데 소용되는 것 말고는 절대로 손을 내밀지 않아. 물론 그 종류는 굉장히 많지만, 그들은 아주 순서 있게 꼬박꼬박 정리해 두거든." (시간과공간사, 정태원 번역)

코난 도일은 패기 넘치게 선배 작가의 탐정을 짓밟고 자신이 창조한 탐정을 그들 위에 올려 놓는다.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을 인정사정없이 내팽개친다. "나를 뒤팽과 비교했겠지만 뒤팽은 나보다 훨씬 못해. 15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적절한 말을 해서 친구의 사색을 중단시키는 것은 허세 부리는 일이고 천박한 짓이야." (시간과공간사, 정태원 번역)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에겐 더한 모욕을 준다. "르콕은 형편없이 서투른 친구야. 배울 점이라곤 단 한 가지, 정력 뿐이야. 그 책을 읽고 속이 뒤집히더군. 문제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죄수의 신원을 밝히는 일이었어. 나라면 24시간 안에 밝힐 수 있었을 텐데 르콕은 여섯 달이나 걸렸어. 그 책은 차라리 탐정이 피해야 할 사항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로나 쓰는 게 좋겠어." (시간과공간사, 정태원 번역)

사건 발생. 빈집에 시체가 발견된다. 중년의 잘 차려 입은 남자가 주먹을 쥔 채 공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었다. 벽면에는 복수를 뜻하는 독일어가 피로 써 있었다. 여자 결혼 반지 하나, 그리고 알약. 홈즈는 관찰과 추리로 범인을 잡아낸다.

2부까지 만들어 범인이 복수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로맨스와 서부 개척기 시대 역사로 장황하게 주절거린다. 몰몬교라는 특정 종교에 부정적 시각을 담아 애써 이런 이야기를 덧붙일 것까지야 없지 않나. 2011년 8월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


주홍색 연구 - 10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병걸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김병걸이 옮기고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이 책은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장편 '주홍색 연구'와 그 다음 장편 '네 사람의 서명'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제목이 '주홍색 연구'뿐이라서 '네 사람의 서명'은 없는 줄 착각할 수 있어 밝혀 놓는다.
 
두 작품은 비슷한 구조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한다. 두 장편 모두 복수극이다. 범죄자를 잡으면 그 범죄자가 역사적 배경을 끼고 자기 사연을 말한 후 끝난다.
 
아서 코난 도일은 탐정소설의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준 작가로 유명하나, 정작 본인의 관심은 역사소설에 있었다. '주홍색 연구'와 '네 사람의 서명'에는 추리를 과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열망과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던 마음이 겹쳐 드러난다. 추리 과학은 전반부에 주인공 홈즈의 발언과 조력자 왓슨의 맞장구로 확립되며, 역사소설은 후반부에 범죄자의 사건 설명으로 쓰여진다.
 
홈즈 시리즈의 전형적인 시작은 사물 추리다. 주홍색 연구에서는 편지를 갖다주는 사람의 전 직업을 알아맞추고,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왓슨이 갖고 있는 시계를 보고 그 주인의 이름, 성격, 경제사정을 술술 정확하게 말한다. 일단 독자한테 한 방 먹이는 셈이다. 왓슨은 홈즈의 설명을 듣고는 감탄하며 그처럼 간단하고 명백한 것을 왜 자신은 몰랐나 한탄하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준다.
 
홈즈 시리즈에 초기 이 두 장편소설은 완벽에 가까운 추리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상세하게 적고 있다. 이후로는 간략하게 언급할 뿐이다.
 
소설에서 그토록 논리적 추리를 강조함에도 정작 두 장편소설 간에는 논리적 모순이 셋 있다. 
 
첫째, 총 맞은 데가 바뀐다. 주홍색 연구에서는 어깨에 총을 맞았다고 해놓고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다리에 맞았다고 나온다. 
 
둘째, 비긴즈가 홈즈와의 약속을 어긴다. 첫 소설에서 분명히 "앞으로 비긴즈 혼자 보고하러 오도록 해. 다른 사람은 여기 들어오지 말고 그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71쪽)라고 했으며 베이커 거리 유격대장 비긴즈는 다음 소설에서 그 말을 지켜야 한다. 홈즈는 네 사람의 서명에서 같은 말을 또 반복한다. "비긴즈. 이제부터는 네가 모두의 보고를 받아 가지고 나에게 전하는 방법을 취해 다오. 이렇게 한꺼번에 밀려오면 곤란해."(258쪽) 
 
셋째, 홈즈의 문학 지식이 전편에서는 전무하다가 다음 편에는 문학 박사 학위 수준이 된다.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오가며 각종 격언을 말한다. 칼라일을 몰랐던 그가 독일어로 괴테의 말을 인용한다. 233쪽
 
왜 이렇게 썼으며 왜 퇴고하지 않았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고 짐작해 보면 다음과 같다.
 
두 소설은 발표 시기에서 있어서 3년의 간격이 있다. 1887년 발표한 주홍색 연구는 아마도 1886년쯤 썼을 것이다. 다음 편 네 사람의 서명은 1890년에 나왔다. 첫 장편은 의뢰를 받아서 쓴 것이 아니었으므로, 다음 편을 쓴다는 기약을 없었다. 잊고 지냈던 듯하다. 영국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미국 리핑코트 잡지 편집인이 선금까지 주며 청탁하자 '네 사람의 서명'을 쓴 것이었다.
 
소설 창작 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개 알지만, 초창기에는 퇴고를 안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쓰기에 바쁘다. 그래서 가끔은 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뀌는 불상사도 일어난다. 그러니까 아서 코난 도일은 첫 작품의 전반적인 인상을 기억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모르고 일단 어서 쓰기에 바빴던 것이다.
 
두 장편 모두에서 추리의 과학(The Science of Deduction)이라는 똑같은 제목으로 장을 할애해서 탐정추리를 과학의 경지로 구축시켜 놓고는 후반부에서 역사소설을 쓰기에 바쁘다. 첫 편에서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모르몬교 역사, 다음 편에서 인도 대반란(세포이 항쟁)을 다룬다. 이는 복수극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참고로, 네 사람의 서명에서 "발자국을 보전하기 위해 석고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썼다고 홈즈가 말하는데, 이는 에밀 가보리오의 소설 '르콕 탐정'(국일미디어 펴냄, 78쪽)에서 읽은 것을 다시 쓴 것이다. 홈즈가 그토록 발자국에 집착하는 것은 르콕의 영향이다.


셜록 홈즈 전집 1 - 10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황금가지

도서관에 마침 새 책으로 들어와 있길래, 읽었다.

황금가지 번역판에는 작품 해설이 없다. 원작에 있었던 시드니 파젯의 삽화가 있다. 의역이다.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었다. 홈즈가 왓슨을 일일이 박사로 부르는 건 어색했다. 원문에는 그냥 You다. 간혹 옮긴이가 가로 안에 설명을 적었다.

'주홍색 연구'는 낭만적인 복수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알약 게임을 선악의 심판이자 신의 존재 증명으로 여기는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미.. 친.. 분...이다. 작가의 순진한 선악관은 왓슨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드러나 있다.

나는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피해자라고 해도 그가 저지른 죄악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72쪽

사건 전개와 추리 과정이 매력이다. 에밀 가보리오의 추리소설(국내 번역된 작품은 '르루주 사건'과 '르콕 탐정')에서 많이 가져다 쓰긴 했지만, 탐정 추리를 과학의 경지로 올리며 완벽하게 설명해서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

한 장에서 의문이 된 수수께끼를 다음 장에서 풀어주는 방식이라서 계속 읽히게 한다. 자연스럽고도 교묘하다.

미국 사회주의 조직과 모르몬교에 대한 경계가 도드라지게 보인다. 한국인 정서에 부담스럽지는 않을 듯 싶다.

이 작품의 치명적인 결점은 제퍼슨 호프가 의심하지 않고 베이커가 221B 번지로 가서 체포된다는 점이다. 반지 찾아가라는 광고에 분명히 주소를 베이커가 221B 번지로 알렸고 범인이 그것을 읽고 함정일 거라 의심스러워서 친구를 대신 보냈었다. 똑같은 주소에서 자기 이름을 대면서 마차 불렀는데 어떻게 의심을 안 할 수 있나. 오류다.


Sherlock Holmes Volume 1 (Mass Market Paperback) - 10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Bantam

이 소설은 독자와 정정당당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여러 힌트가 나오지만 그것으로 범인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애거서 크리스트의 소설처럼 용의자가 나열된 상태가 아니다.

아주 황당한 상황을 그려놓은 후에 하나씩 풀어서 보여준다. 빈집에 한 사람이 살해당했다. 벽에는 글자가 써 있고 여자의 결혼 반지 하나가 발견된다. 1부 3장이 이 소설에서 가장 빛난다. 반지를 단서로 사건 해결이 이어진다. 수수께끼가 풀리는 재미는, 요즘 이야기 못지 않게 뛰어나다. 아직도 읽히고 있지 않은가. 잘 만든 미스터리다.

추리소설의 규칙을 충실하게 따른다. 멍청한 두 경찰이 추측한 범인은 틀렸고, 우리의 똑똑한 주인공은 마지막에서야 마침내 진범을 잡는다.

주인공 셜록 홈즈의 비범한 능력이 읽을거리다. 작가는 이전 탐정과 다르게 완벽한 추리를 해내는 '셜록 홈즈'를 창조했다. 추리의 과학이라 자칭할 정도로 완벽하다. 탐정의 대명사로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능가할 인물이 등장하지 못할 지경이니.

도일의 홈즈는 은근히 자기 능력을 자랑하는데, 크리스티의 포와로는 대놓고 한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사건 해설을 해 주는 홈즈와 달리, 이야기 끝에서 독자의 멍청한 머리를 세차게 때리면서 사건 해설을 들려주는 포와로는 확실히 더 밉상이다. 그런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반전과 잘 어울린다. 작가가 캐릭터를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긴장감을 풀어준다.

홈즈는 줄자(a tape measure)와 돋보기(a large round magnifying glass)로 관찰하여 사건의 단서를 추리해낸다. 반면, 포와로는 그런 단서 수집은 경찰 '견'들한테 맡기고 회색 뇌세포는 인간 심리학에 열중하여 발생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완성하는 데 힘쓴다.

원서로 읽으니까, 소설 끝에 라틴어가 나온다.

"Populus me sibilat, at mihi plaudo. 
Ipse domi simul ac nummos contemplar in arca."

이해할 수 없었다. 고로,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The crowd hiss me; 
but I applaud myself at home, as soon as I contemplate my money in my chest."

"사람들은 나를 야유하겠지. 
하지만 나는 집 안에서 금고 안 금화를 세며 나를 칭찬하리라."

호라티우스의 풍자문 1권 1장에서 인용한 것이다.
http://www.authorama.com/works-of-horace-6.html

1부 3장에서는 성경을 인용한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It has all been done before."

전도서 1장 9절과 10절의 일부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코난 도일의 문학 지식이 상당하다.

총 2부 14장으로 구성했다. 1부 마지막에 범인이 잡히고, 2부는 범인의 구구절절 로맨스 웨스턴 복수극과 체포 후일담이다. 애써 다 읽어 줄 필요는 없다. 1부 읽은 후 2부 6장으로 건너뛰면 왓슨의 회상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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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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