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소설은 부디 꼭 읽어 보라. 등장인물은 신기한 마법을 부르지 않는다. 우리처럼 보통 인간의 능력을 지녔다. 서양 중세 유럽 분위기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비슷하다. 계급 사회다. 왕, 귀족, 평민, 천민의 구분이 엄격하다. 각 인물의 욕망이 겹치면서 대결과 운명이 나타난다. 사극을 좋아한다면 최고다. 판타지의 탈을 쓴 '가상 역사물'이다.

 

이 소설의 무대인 세븐 킹덤 지도를 보면 영국이 떠오른다. 왼쪽 상단에 보이는 섬은 아일랜드로 보인다. 테온의 집안인 그레이조이 가문이 이 아이언 섬을 지배하는데, 반란을 일으키자 스타크 가문에 의해 진압된다. 원서에 나오는 단어는 영국 영어다. 표현은 미국식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역사를 가상 세계로 끌어다 비틀어 쓴 모양새다.

 

목차를 보면 사람 이름만 줄줄이 나온다. 이는 작가의 독특한 전개 방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며 사건을 전개한다. 또한 특정 인물에 대해 편애하는 시각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특정 인물에게 애정을 조금이라도 주고 있을라 치면 그 사람이 운명에 의해 죽게 된다. 이런 냉정한 작가라니.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참 인생 허망하더라. 종종 읽기를 중단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이야기에 비약이 없다. 사건 전개가 튼튼하다. 특히, 대사는 최강이다.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곧 죽을 등장인물조차 그의 과거, 외모, 성격, 심리를 꼼꼼하고 정확하게 썼다. 각종 옷과 음식 묘사도 일품이다.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는 티리온에게 정이 간다. 왕비의 동생이지만 난쟁이다. 유머 감각과 바른 판단으로 험한 세상에서 균형있게 살려는 사람이다. 존이 왜 책을 많이 읽느냐고 묻자 티리온이 대답한다. "형에게는 검이 있고 로버트 왕에게는 해머가 있듯이 내겐 마음이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마음은 검이 숫돌을 필요로 하듯 책을 필요로 하지. 그 날을 날카롭게 유지하려면 말이야."

 

1부는 앞으로 일어난 전쟁의 시작을 보여주고 끝난다.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다. 아직 읽지 않은 분을 위해 슬쩍 하나 말해 주자면, 이야기 초반부에 다이어울프와 숫사슴의 죽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암시다.

 

국내 번역본은 2000년 구판과 2005년 신판이 있다.

 

구판은 전부 4권이다. 아래 사진에 3권만 보이는데, 도서관 최대 대여 수가 3권이라서 그렇다. 1권 상태를 보면 이 소설의 대여 횟수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드라마 방영 전에 이랬으니, 이제 더 많이 대출해 갈 것이다.

 

2005년 신판은 전부 2권이다. 3, 4권은 어디로 갔냐고? 300쪽씩 나누었던 걸 600쪽씩 묶어서 두 권으로 펴낸 것이다. 한 권 두께가 구판의 두 배다.

 

왕좌의 게임 1 - 10점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은행나무
 
왕좌의 게임 2 - 10점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은행나무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여강여호 2011.04.25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약없는 이란 표현이 팍팍 와 닿네요...

    제가 즐겨보는 류의 책은 아니지만 서평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건강하게 4월 마무리 하십시오.

  2. 굴뚝 토끼 2011.04.25 1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저 미드 난리도 아니라죠...ㅎㅎㅎ
    허나 저도 환타지쪽은 영 아니라서 그냥 강건너 불구경 중입니다...^^

    • 목소리 좋은 빅보이7 2011.04.25 2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속는 셈 치고 그냥 한 번 보세요. 판타지스럽지 않음에 놀랄 거예요.

      오늘 나온 2회 보니까, 인생살이가 판타지 세계에서조차 쉽지 않더군요. 개들이 어찌나 사람다운지. 반면, 사람들은 참 개처럼 사네요.

  3. umopc 2011.04.29 2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저 맨 마지막에 티리온의 대사도 단어사용이 애매모호하긴 하죠. mind를 마음보다는 머리가 더 좋았을텐데 참 아쉬움이 심할정도로 많은 번역본입니다. 심지어 비전문 번역가들이 더 잘하니 원...

  4. 나그네 2011.06.14 0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 잘 읽었습니다. 반지가 중세 서사시라면, 얼음과 불의 노래는 미국식 현대 소설 느낌이더군요.
    작품의 질이나 문학성 면에서는 반지의 경우가 더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속도감 있고 쉽게 읽히는 부분이 좋았지만, 미국 현대 문학의 단점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말로 하자면, 판타지라고 칭해지는 중세 배경 장르문학의 범주에 얼음과 불의 노래는 들어가지만, 반지는 들어가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 목소리 좋은 빅보이7 2011.06.14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ㅋㅋ. 전쟁사를 쓰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강하다보니 그런 듯해요.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전쟁이죠. 소설가가 지금껏 잘 키워 놓은 등장인물을 한순간에 매몰차게 죽이더군요. 어차피 주인공이 아니니까. 전쟁은 계속 되나 그 와중에 사람은 죽을 수도 있거든요.

    • zen 2011.11.08 2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쫌 쉽게 적어주지.... 뭐라하는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