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이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제2곡 에어를 듣는다.

이 곡을 안다고? 당신이 들었던 곡은 '정확히'는 이 곡이 아니다. 바이올린 연주자 빌헬미가 편곡한 'G선상의 아리아'이리라.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들으면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여러 악기가 같이 연주하는 관현악으로 듣는다. 

바흐의 관현악 하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다. 이 음악은 귀가 춤을 정도로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데, 차분히 듣기에는 적당치 않다. 꿩 대신 닭으로 '관현악 모음곡'을 듣는다. 닭이라고 해도 화려함은 있다. 상대적으로 수수한 편이다.

'관현악 모음곡'이라는 이름이 생소한데, 형식을 보면 단순하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관현악 모음곡 = 서곡 + 여러 춤곡} 이렇다. 위풍당당하고도 화려한 서곡에 이어 단순하고도 소박한 춤곡이 여럿 나온다. 프랑스 궁정음악과 독일 민중음악의 결합이다. 앞서 말한 형식(서곡 + 여러 춤곡)을 철저히 따르지는 않았다. 2번과 4번은 끝 악장이 춤곡이 아니라 표제 음악이다.

바흐가 살던 시대에는 이런 종류의 음악을 단순히 '서곡'이라고 불렀단다. 딱히 이 양식을 뭐라 부르기 난감해서 그랬는지 그냥 제일 먼저 나온 악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공통적인 시작이 서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곡 Overture와 관현악 모음곡 Orchestral Suite를 혼용하거나 아예 같이 쓴다.

연주회용으로 듣기에 편안한 곡을 모아서 배열했다. 태교음악으로 종종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이 뽑히는 이유는 그래서다. 각 곡이 독립적이라서 애써 모아서 다 듣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그렇게 듣는 이가 많다.

'에어'만큼 유명한 곡이 제2번 제7곡 '바디느리(Badinerie)'다. 불어로, 농담이란 뜻이다. 밝고 명랑한 곡이라서 들으면 흥겹고 즐겁다. 플루트의 경쾌함이 신나게 날아오른다.



음반은 DHM(고음악 연주와 음질에서 KS마크로 인식되는 제작사)를 추천한다.
화려한 음장감과 세밀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콜레기움 아우레움 (Collegium Aureum) 연주, 플루트에 한스 마틴 린데.

[수입] 바흐 : 4개의 서곡 - 10점
Hans-Martin Linde/DHM
Posted by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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