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교본 - 10점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배수아 옮김/워크룸프레스(Workroom)

첫 번째 사진은 히틀러다. 히틀러를 몽유병 환자로 취급한다.

잠결에 이미 그 길을 달려 보았던 사람처럼
제군들 난 그 길을 알고 있네, 숙명적으로 선택된
파멸로 통한 그 좁은 길을.
잠자면서도 나는 그 길을 찾을 수 있네. 제군들도 같이 가겠는가?

두 번째 사진은 거대한 철판 위에서 그 철판을 옮기는 인부들이다.

"이보게 형제들, 지금 무얼 만들고 있나?" -"장갑차"
"그럼 겹겹이 쌓여 있는 이 철판으론?"
"철갑을 뚫는 탄환을 만들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왜 만들지?" - "먹고 살려고."

"라플란트를 향한 전진"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에는 또 이런 4행시를 써 놓았다. 이걸 읽고 배꼽을 잡고 침을 분수처럼 쏟아 내면서 킬킬 웃어 제겼다.

"무엇이 노르카프곶으로 오게 했지, 너희 둘을?" - "명령이었어"
"춥지 않니, 너희 둘은?" - "몸과 마음이 다 추워"
"언제 집으로 돌아가니, 너희 둘은?" - "더이상 눈이 안 오면"
"얼마나 오래 눈이 내리겠니, 너희 둘 생각엔?" - "영원히"

<전쟁교본>에서 브레히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아니, 내가 이 <전쟁교본>에서 읽어 낸 것은 무엇인가. 전쟁, 그 우스꽝스러운 인간들의 행위를 되풀이하지 말지어다! 이거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전쟁교본> 다음으로 <평화교본>을 쓰려고 했다고 한다. 이 시집 뒤표지에 그 <평화교본>을 위해 쓴 사진시가 있다. 사진은 아마도 대학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로 보인다. 시는 이렇다.

잊지 말아라, 너희보다 못할 것 없는 많은 사람들이 다퉜다는 걸,
왜 자신들이 아니라 너희가 이곳에 앉을 수 있느냐고.
책 속에만 파묻히지 말고 함께 투쟁하여라.
배움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워라, 그리고 그걸 결코 잊지 말아라.

브레히트의 시는 사진에 찍힌 사물과 인물에 대한 비아냥거림, 대화, 비웃음, 때론 동정, 사랑 등이 흑백 사진의 진한 검은 바탕만큼이나 짙게 스며 있다. 웃기면서도 왜 그리 슬픈지.

Posted by 목소리 좋은 빅보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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